등록 : 2018.11.11 10:59
수정 : 2018.11.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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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월6일 ‘언론과 함께 하는 넷마블’ 행사을 열어 게임사업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넷마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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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엔씨소프트 3분기 실적 뒷걸음질
넥슨은 선방…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 선전
“주 52시간 근로상한제로 신작 늦어진 탓 커”
모바일 비중 큰 넷마블, 1등 자리 내어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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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 2월6일 ‘언론과 함께 하는 넷마블’ 행사을 열어 게임사업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넷마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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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업계 ‘빅3’(지난해 매출 기준, 넷마블·넥슨·엔씨소프트)의 3분기 모바일게임 사업 실적이 꼬꾸라졌다. 모바일게임 사업 비중에 따라 실적 추이가 크게 엇갈리며, 올해 넥슨이 넷마블을 제치고 다시 업계 선두로 나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내부에선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시행 직격탄을 맞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11일 게임업계 빅3의 3분기 실적을 보면, 연결 기준으로 넷마블의 매출은 5260억원, 영업이익은 67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9.6%, 영업이익은 39.8% 줄었다. 엔씨소프트 역시 매출은 403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4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390억원으로 58% 줄었다. 3사 중에서는 넥슨만이 매출은 6961억원으로 15%, 영업이익은 2381억원으로 4% 늘었다. 자회사 네오플이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앤파이터’로 중국에서 선전한 결과다. 모바일게임 사업만 놓고 보면 넥슨도 큰 재미를 못봤다.
업계에선 “국산 인기 모바일게임에 대한 중국 판호(게임 출시 허가)가 늦어지고,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시행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체 임원은 “모바일게임 사업은 다양한 신작을 끊임없이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시행으로 야근과 특근이 사라지면서 애초 예정됐던 신작 출시가 늦어졌고, 그에 따라 3분기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이 주력인 넷마블은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시행(7월1일)에 앞서 올 초부터 ‘구로디지털단지 등대’로 꼽히며 언론과 정부의 집중 감시를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을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하는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을 올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12월로 미뤄졌고, ‘방탄소년단 월드’는 내년 1분기, ‘세븐나이츠2’는 내년 2분기로 출시가 늦어졌다.
권영식 넷마블 공동대표는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근로환경 변화로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도 지난 2월 ‘언론과 함께 하는 넷마블’ 행사를 열어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가 시행되면, 신작 출시 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넥슨도 지난해 15종의 게임 신작을 내놨던 것과 달리 올해는 10월 말 현재 9종을 출시하는 데 그쳤다.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해에는 3종을 출시했으나 올해는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올해 내놓기로 했던 것들도 모두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빅3 게임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3분기에 ‘선방한’ 넥슨도 4분기 매출 예상치를 4천억~5천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다만, 넷마블은 야심작으로 준비한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을 오는 12월6일 출시할 예정인데, ‘리니지2 레볼루션’의 기록을 깨는 흥행을 거둘 경우 실적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 선두가 다시 바뀌는 상황도 예상된다. 지난해 넷마블이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2조424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통 강자인 넥슨을 제치고 1위에 올랐는데, 올해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이다. 3분기 현재 누적 기준으로 넥슨 매출은 2조638억원에 이르는 데 비해 넷마블은 1조5342억원에 그쳤고, 엔씨소프트는 1조315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진경준 전 검사장한테 주식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업계 1등 자리를 넷마블에 빼앗기고 절치부심했는데, 올해는 방준혁 의장이 땅을 치게 됐다”며 “넷마블이 신작 출시와 인수합병 등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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