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4 09:58
수정 : 2018.11.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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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지하에 마련된 ''씀'' 방송국에서 오픈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유튜브 채널인 ‘씀’을 통해 소속 의원 2인 1조 ‘정치수다쇼', 의원생활 관찰일지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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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오른소리’ 이어 더불어민주당 ‘씀’ 개설하자 “국내 플랫폼 놔두고 왜 미국 업체 이용하나” 볼멘소리
규제없는 유튜브에 ‘인터넷 실명제’로 발목잡힌 국내업체
“유튜브 마케팅 도우미?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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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지하에 마련된 ''씀'' 방송국에서 오픈 축하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유튜브 채널인 ‘씀’을 통해 소속 의원 2인 1조 ‘정치수다쇼', 의원생활 관찰일지 ‘브이로그’ 등의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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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까지 미국 구글의 동영상 유통 플랫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한 게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등 화제가 되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유튜브와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동영상 플랫폼 운영 업체들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이왕이면 국내 플랫폼을 이용하지, 왜 유튜브에다 만들어 국내 업체들을 더욱 위축시키는지 모르겠다. 한국 정치인들 맞나”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2012년 유튜브에 ‘오른소리’라는 공식 채널을 열었고, 더불어민주당도 최근 유튜브에 ‘씀’이란 채널을 열었다. 오른소리는 이미 구독자가 3만여명에 이르고, 누적 조회 수는 1100여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정치인과 논객들이 유튜브에 포진해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이게 유튜브 이용자를 늘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씀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진보 정치인·논객들을 유튜브로 끌어들이는 구실을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로 오른소리와 맞서거나 경쟁하며 정치권에 유튜브 바람을 가속화하고, 이 과정에서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점유율과 여론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튜브와 경쟁하는 국내 서비스 사업자 쪽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가 결코 이뻐보일 수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내 플랫폼에는 규제의 칼날을 서슴없이 들이대던 정치인들이 규제를 따르지 않는 해외 플랫폼에서는 콘텐츠 생산자이자 마케팅 도우미로 탈바꿈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임원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인지 모르겠다. 할 말 있을 때는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가서 올려 이용자를 몰아다주고, 그것들과 경쟁하는 국내 플랫폼에 대해서는 가짜뉴스와 여론 왜곡 등을 잣대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 궁리만 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국내 동영상 유통 플랫폼 서비스 등이 지금처럼 쪼그라진 배경에는 ‘인터넷 실명제’ 같은 규제 영향이 컸다. 2007년 이른바 ‘미네르바 사건’ 등으로 촉발된 인터넷 실명제는 막 성장 단계에 돌입하던 동영상 플랫폼 ‘판도라TV’와 ‘다음tv팟’ 등의 싹을 자르며 국내 동영상 플랫폼의 발아를 가로막았다. 유튜브는 ‘한국에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실명제 규제를 피했고, 이로 인해 국내 이용자들의 유튜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정치인’들의 작품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인터넷 플랫폼 산업에 대해 무지하다.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면 풍선효과처럼 그 욕구는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고, 인터넷 플랫폼은 국적 경계가 없어서 자국법 내에 있는 플랫폼에 대한 성급한 규제는 해외 플랫폼에 기회가 되며, 나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국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자국법 내에서 그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세계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을 나몰라라 하는 게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이 지디피아르(GDPR)를 만들어 데이터 보호에 나서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정부 때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벌어져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정보통신부가 청와대에 업무보고에서는 처음으로 컴퓨터를 이용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한글과컴퓨터 프로그램 대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눈총을 받았다. 국산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외산 프로그램 마케팅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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