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양진호의 주적?’ 심명섭 여기어때 대표 사임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 수사 확인
언론 통해 알려지자 대표이사 사임
과거 웹하드 운영해 이익 수십억 배당
양진호 고소로 법원서 유죄판결 받기도

웹하드를 통한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를 받는 유명 숙박예약사이트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의 심명섭 대표가 보직 사임했다. 심 대표 쪽은 웹하드 운영은 과거의 일로 여기어때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었다가 여론이 악화되면서 자진 사퇴한 것이다.

심 대표는 30일 위드이노베이션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어, 대표이사직 사임 의사를 발표했다. 심 대표는 “과거 지분을 보유했지만 현재 그 지분을 모두 매각한 바 있는 웹하드 업체에 관한 일로 최근 경찰 조사를 받은 일이 있다”며 “당시 저는 성실히 조사에 임하였고 앞으로 있을 모든 법적 절차에도 최선을 다하여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로 뜻하지 않게 심적으로 피해를 보신 분들이 있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금일부로 저는 위드이노베이션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심 대표를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유포 방조 등) 혐의로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바 있다. 심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0일까지 웹하드업체 두곳을 운영하면서, 음란 동영상 등 427만건 유통을 방조하고 다운로드 수수료로 52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지목한 음란물이 유통된 웹하드는 모두 두곳으로 ‘ㅂ미디어’가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 등본을 보면, 심 대표의 고교 동창으로 알려진 권아무개씨가 대표이사직을 맡다가 지난달 사퇴하고 김아무개씨가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으로 나타난다. 심씨는 이즈음에 ㅂ미디어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밝히고 있다.

ㅂ미디어는 위드이노베이션의 모회사인 위드웹의 또다른 자회사였다. 즉 여기어때와 음란물 유통 웹하드업체는 모회사가 같은 자매회사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ㅂ미디어는 지난해 영업이익 107억여원, 당기순이익 85억여원의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는 2016년에도 당기순이익 52억여원을 냈는데, 이 가운데 30억원을 현금배당하기도 했다. ㅂ미디어는 위드웹의 100% 자회사이므로 웹하드 사업수익 상당액이 모회사 위드웹으로 흘러간 셈이다. 또한 위드이노베이션은 ㅂ미디어의 주식과 장기금융상품 등을 담보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과거 웹하드를 운영하면서, 최근 직원 폭행동영상과 웹하드 카르텔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웹하드 필터링 업체 ‘뮤레카’ 임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심 대표는 2012년 2월 뮤레카의 이사 엄아무개씨에게 “웹하드 업체 ㅂ사(ㅂ미디어와는 다른 회사로 2015년 12월 위드웹에 합병. 법원은 심 대표를 이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라 규정)에서 사용하는 필터링 기본사용료와 검색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게 해 달라, 저작권자들에게 제공할 정산자료를 만들기 위해 ㅂ사에서 운영하는 웹하드의 로그기록을 미리 달라”는 청탁을 하며 1억3천만원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판결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 업체 사이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판결문에는 양진호 회장의 이름도 등장한다. 심 대표에게 돈을 건네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엄씨는 뮤레카의 내부 감사과정에서 “심 대표에게 돈을 받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는 자술서를 썼다. 엄씨는 재판과정에서 이런 자술서를 쓰게 된 배경을 “뮤레카의 실소유주인 양 회장의 지시에 따라, 뮤레카 내부에서 ‘주적’이라는 표현으로 취급되던 심 대표에 대해 범죄 혐의를 만들어내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심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양 회장의 고소 때문이었으며, 그만큼 심 대표가 웹하드 업계에서 양 회장의 강력한 경쟁상대였던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기어때는 ‘야놀자’와 함께 대표적인 인터넷 숙박예약 서비스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박태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