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12 10:39
수정 : 2018.12.12 11:23
6일 블소 레볼루션 출시 뒤 MMORPG 1위 다툼 치열
블소,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으나 리니지M 벽 못넘어
넷마블 1위 ‘1년 천하’로 끝날 듯…3위 쟁탈전도 볼만
지난 6일 넷마블의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이하 블소 레볼루션) 출시로 촉발된 모바일게임 시장의 매출 순위 경쟁이 한파 만큼 거세다. 블로 레볼루션을 올해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아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방어 업데이트 및 이벤트’에 나서고, 넷마블 역시 블소 레볼루션의 초반 성적이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서둘러 업데이트에 나설 채비를 하면서 시장은 더욱 달궈지는 모습이다. 3~4위권에서는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12일 모바일게임 업계에 따르면, 블소 레볼루션은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와 매출 순위 1위에 올랐고,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도 차지했다. 다음 날에는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가 2위까지 올랐다.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여전히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넷마블이 2016년 12월14일 ‘리니지2 레볼루션’을 내놔 국내 모바일게임 기록을 싹 갈아치웠던 ‘역사’를 이번에는 블소 레볼루션으로 다시 갱신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으나, 아직까지는 리니지M의 아성에 밀려 이런 기대에 못미치는 모습이다. 리니지M은 20년 전 출시된 온라인게임 ‘리니지’를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M은 오랜 기간 피시로 리니지 게임을 즐겨온 ‘아재’ 팬층이 두텁고, 게임 장르도 엠엠오아르피지로 블로 레볼루션과 같다. 게임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블소 레볼루션 출시 첫날 서비스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게 초기 흥행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리니지M과 떼어놓고 보면 나름대로 성공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게임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같은 앱 장터에서의 매출 순위로 ‘대박’ 여부를 가린다. 대부분 출시 뒤 첫 주말 순위와 1주일 동안의 흐름으로 판가름난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70% 정도로 아이폰 사용자보다 2배 이상 많은 점을 감안해, 두 앱 장터 중에서도 플레이스토어에서의 매출 순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출시 첫날에 양 앱 장터에서 모두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소 레볼루션은 금액적으로는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의 뒤를 잇는 검은사막 모바일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기준 리니지M의 하루 평균 매출이 23억5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20억원대의 매출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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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9시43분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의 매출 순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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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은 블로 레볼루션의 초기 성적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대신 “조만간 대규모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니 좀 더 두고 보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블소 레볼루션 실적으로 넥슨을 추월해 국내 게임업계 1위에 다시 오를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현재 순조로운 흥행 성과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이후 매출을 해마다 60% 이상씩 늘려 지난해 드디어 넥슨까지 제치고 업계 선두에 올랐는데, 1년도 지키지 못하고 2위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른바 국내 게임업계 ‘빅3’ 중 가장 늦깎이인 넷마블은 2015년 1조729억원의 매출을 이루며 엔씨소프트(8383억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을 2조4248억원으로 늘리며 넥슨(2조2987억원)까지 추월해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판매 길을 뚫지 못한데다 변변한 후속 신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올해 실적은 부진했다. 3분기 기준 누적매출이 1조5343억원으로 엔씨소프트(1조3155억원)보다는 많으나 넥슨(2조847억원)보다는 적다. 블소 레볼루션에 기대를 걸었으나 너무 늦게 출시된데다 초반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면서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겸 넥슨 창업자가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사이 업계 1위 자리를 지난해 넷마블에 빼앗기고 올 한해를 절치부심해왔다면, 2019년에는 방준혁 넷마블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와신상담하며 다시 1위 자리 복귀를 노리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게임 업계의 ‘넘버 3’에 만족하며 묵묵히 갈 길을 가는 모습이다.
요즘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매출 순위 1위 다툼 못지 않게 3위 쟁탈전도 관심을 끌고 있다. 리니지2 레볼루션과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 달 초까지만 해도 리니지2 레볼루션이 앞섰으나, 블소 레볼루션 출시에 맞춰 검은사막 모바일이 업데이트되면서 리니지2 레볼루션을 제쳤고, 이어 다시 리니지2 레볼루션이 업데이트되면서 다시 순위가 뒤집어졌다.
리니지M이 블소 레볼루션의 도전을 받으며 지존의 자리를 지켜가는 가운데, 리니지2 레볼루션과 검은사막 모바일이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5위 이하권 모바일게임 업체 쪽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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