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0 15:53
수정 : 2018.12.2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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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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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20일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 토론회
개선안 발표 없이 기존 체계 문제점 공유 수준 그쳐
27일쯤 발표 예상…“연말로 시한 박아 졸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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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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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생한 케이티(KT) 통신대란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둘러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를 꾸려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연말까지’라는 시한에 쫓겨 예방책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달 남짓 되는 기간에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응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술 흐름과 이용자 행태를 반영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일 정부와 통신업계 얘기를 종합하면, 과기정통부는 태스크포스 작업 결과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27일쯤 통신재난 재발방지 및 대응체계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7일 정부 관련 부처와 통신사업자 및 외부 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면서 “태스크포스 운영을 통해 이번 화재로 인해 드러난 통신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모두 점검하고, 재발방지 및 신속한 재난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이에 앞서 이날 서울 목동 한국전파진흥협회 강당에서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개선안을 내놓고 각계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기존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공유하는 수준에 그쳤다. 김영철 아이시티(ICT) 폴리텍대학 교수가 ‘기존 통신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 이성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정책연구그룹장이 ‘통신재난 대응체계 관련 해외사례’에 대해 기조발제를 하고, 통신·재난·법률 전문가와 시민단체·연구기관·통신업체·과기정통부·행정안전부·소방청 관계자들이 토론했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통신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참석자는 “태스크포스 안에서 할 일을 왜 토론회까지 열어 밖으로 갖고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개선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려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지금 일정으로는 토론회를 또 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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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가 지난 11월27일 출범해 첫 회의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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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과기정통부 주도로 태스크포스가 출범하면서 연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못 박은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강홍렬 박사는 “재발방지책이 제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응 과정의 문제점부터 꼼꼼하게 분석돼야 한다. 통신구 같은 통신시설의 관리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은 물론 통신망 관련 안전기준 매뉴얼과 화재 사고 등에 대한 대응체계 등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었는지, 이들을 새 이동통신(5G)과 4차 산업혁명 흐름 등에 맞춰 어떻게 개선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을 다 따져져야 한다”며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이를 다하고 개선책까지 마련한다고 한 것부터가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홍렬 박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90% 이상의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했다. 과기정통부가 사업자들을 불러 호통을 치는 게 아니라 과기정통부가 호통을 받아야 했다. 피해자들도 케이티 앞이 아닌 과기정통부 앞에 가서 피해보상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사실상 거의 모든 사회·경제·문화 활동과 일·생활 등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새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도, 통신시설 안전기준 및 재난대응 매뉴얼 등은 2000년 서울 여의도 통신구 화재 시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재난 전문가인 강휘진 서강대 교수도 이날 토론회서 “통신재난 대응은 과기정통부 몫이다.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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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목동 한국전파진흥협회 대강당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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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사업자들은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케이티가 전국의 전화국사를 통폐합하면서 빈 국사를 아파트·호텔·오피스텔 등으로 재개발한 것도 수익 극대화 전략에 따른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건물 한 층을 다 차지하던 통신설비 크기가 책상 위에 올라앉을 정도로 작아졌다. 문제는 통신 케이블과 설비 등이 집중화된 만큼 안전기준과 재난대응 수위를 높여야 하지만, 사업자들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중요도 등급을 속였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강홍렬 박사는 “정부가 정보통신 기술이 일상생활과 국가경제 속으로 파고드는 속도와 정도에 맞춰 정부가 통신시설 안전기준과 재난대응 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사업자들이 실제 사고 발생을 가정해 도상훈련을 하도록 강제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로 재발방지책 마련에 임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컸던데다 통신안전과 재난대응에 관련된 기준인 만큼, 사업자들은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상관없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업체들도 겉으로는 안전강화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재발방지책이 졸속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통신업체 임원은 “안전기준과 재난대응 매뉴얼 등이 강화되면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사회 분위기로 볼 때 투덜댈 명분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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