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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27 14:30 수정 : 2018.12.27 17:20

지난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과기정통부, 통신시설 점검결과 공개
A~C급 가운데 복수 전송로 없는 곳도
통신구 상당수, 화재·수해·지진 무방비
과기정통부, 내년부터 D급까지 직접 점검
안전·의료·에너지 등은 통신망 이중화
사업자 간 통신망·와이파이 제공 협약 체결도

지난 11월24일 낮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에 위치한 케이티(KT) 아현국사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1월24일 통신구 화재로 통신대란을 일으킨 케이티(KT) 아현국사를 포함해 전국의 주요 통신국사 가운데 9곳의 중요 등급이 실제보다 낮게 분류돼 관리가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통신망 장애 시 광범위한 지역에 통신대란을 일으킬 수 있는 A급 통신국사 3곳과 B급 1곳, C급 2곳 등 6곳이 통신망 우회로를 갖추지 않았고, 전국의 주요 통신구 가운데 상당수가 화재·수해·지진 등에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시설의 중요 등급 분류를 사업자 자체 판단에 맡기면서 사후 적절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재난 대비 기준 마련·적용을 소홀히 한 결과다. 사업자들은 통신시설의 중요 등급을 낮게 분류할수록 정부의 현장점검과 소방기기 구비 의무, 통신구·통신망 이원화·이중화 의무 등을 피해 시설 구축·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케이티 아현국사 역시 C급인데 D급으로 분류해 과기정통부의 현장점검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이런 내용을 담은 중요 통신시설 현장 실태점검 결과를 공개하고, 통신시설 관리체계 개선 및 통신재난 대응방안을 내놨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케이티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와 통신대란이 발생하자 11월27일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며 “통신재난 대응체계의 문제점을 모두 점검하고 재발 방지 및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전파관리소로 하여금 통신국사·통신구와 인터넷데이터센터 등 전국의 주요 통신시설 1300여곳 전체를 대상으로 현장 실태점검을 하도록 했다.

현장 실태점검 결과를 보면, 실제로는 B급 통신국사에 해당하는데 C급이나 D급으로 낮게 분류된 게 2곳이고, C급인데 D급으로 분류된 게 7곳에 달했다. 중요 통신시설 지정기준에 따르면, A급은 재난 발생 시 피해 범위가 권역(서울 및 수도권·영남권·호남권·강원 및 충청권 등)에 달하고, B급은 광역시·도, C급은 특별자치시 및 3개 이상의 시·군·구, D급은 시·군·구에 이르는 통신시설을 말한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A~C급까지만 관리실태를 점검하고, D급은 통신사가 알아서 관리하게 했다.

또한 현행법상 소방시설 의무 구비 대상인 500m 이상 통신구 93개 가운데 16곳이 자동소화장치를 갖추지 않았고, 12곳은 자동화재탐지설비, 80곳은 소방관서 연결 장비 등을 구비하지 않았다. 이는 소방법 위반에 해당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과기정통부의 중요 통신시설 현장점검 결과를 넘겨받는 대로 소방법 위반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상당수 통신시설에 폐회로티브이(CCTV)와 사고감지단말이 설치되지 않는 등 감시·보안 체계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현장 실태점검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서둘러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통신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전 과정에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이유에서도 통신이 끊기면 안 된다는 목표를 정해, D급 통신국사를 포함해 주요 통신시설 전체를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A~C급은 해마다, D급은 2년마다 점검한다. 또한 D급 통신국사도 우회 경로 확보를 의무화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500m 미만 통신구도 화재·지진·수해 등에 대한 대비를 강화한다. A~C급 통신국사에는 재난대응 전담인력이 배치되게 하고, 안전·의료·에너지·국방 등 국가기반시설 통신망은 이원화·이중화한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2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과기정통부 중간소통방에서 통신 4사 네트워크 최고책임자들과 ‘통신재난의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한 과기정통부-통신사업자 협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종렬 에스케이텔레콤 부사장, 오성목 케이티 사장, 민원기 차관, 최택진 엘지유플러스 부사장, 박찬웅 에스케이브로드밴드 상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또한 통신사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통신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통신재난 발생 시 서로 통신망을 빌려주고(로밍) 와이파이를 개방한다. 통신재난 경보와 이용자 행동요령 등을 만들어 옥외와 대중교통의 전광판 등을 통해 알리고, 카드결제 장애 등 분야별 대응 매뉴얼도 마련한다. 지하 통신구 지도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재난 시 복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칭 ‘정보통신안전법’을 제정해 통신망 관리, 사이버 위협, 전파 안전 등이 통합적으로 이뤄질 수 있게 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이날 통신사업자들과 통신재난 사전대비 및 신속한 극복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과 통신 4사 통신망 관리·운영 책임자가 서명한 협약서에는 네트워크 관리 통신재난에 대비해 국가 재난대비 훈련 시 통신망 유지·복구 등 상호협력 상황을 상정해 현장훈련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통신사 자체적으로도 대비훈련을 하고, 재난 시 통신망 유지를 위해 통신망과 와이파이 등을 재난 통신사 가입자에게 개방하며, 통신망의 신속한 복구를 위해 필요한 설비와 인력을 서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과기정통부는 행정안전부·소방청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해마다 사업자들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요 등급을 속여 보고하는 등 통신시설 관리를 엉망으로 해온 사업자를 숨겨주고, 개선방안의 상당부분을 추가 협의 대상으로 남겨두는 등 사업자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통신 이용자들이 이번 아현동 통신구 화재와 통신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통신망 관리 실태가 요금제 못지 않게 사업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는데, 과기정통부가 적발 업체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법에는 통신시설 관리실태 점검 결과 공개 여부에 대한 조항이 없다. 내부적으로 적발된 사업자 이름 공개는 다음 실태조사 때부터 하고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라는 요구가 있으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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