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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4 17:09 수정 : 2019.07.04 18:07

참여연대 정보공개청구한 자료 들여다보니
검증도 없이 업계→정부→자문위 ‘일방통행’
업계 쪽 요금인하율·시장전망만 전달하고
5만원 이하 요금제 안 낸 데 지적도 안해
시민사회계 “업계 편드는 부실심사” 비판

5세대(5G) 이동통신용 요금제 인가권을 쥔 정부가 사실상 이동통신사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심사안을 민간자문위에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사회계는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 욕심에 사실상 관리감독기구 역할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과기정통부에 5G 요금제 관련 정보공개청구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5G 요금제 신설 근거 자료를 부실하게 심의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고 4일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이 내 놓은 데이터 단위당 요금인하율 수치와 요금제 구성 사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전망을 정부가 추가 검토 없이 자문기구에 제공한 게 문제가 됐다.

자료를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인가자료를 통해 “선택약정할인제와 5G 초기 가입 부진으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액 증가분이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5G 서비스를 시작해도 가계통신비 부담은 크지 않다는 주장인데, 지난 2개월 간 5G 가입자 유치를 앞두고 대규모 공시지원금 전쟁이 벌어진 것과 견주면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이다(관련기사☞고가 요금 인가 받으려고…“5G, 가계통신비 영향 적을 것”). 정부는 이 주장을 심사안에 그대로 반영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정부에 제출한 요금제 개정 근거자료(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문위에 제출한 요금제 심사안(아래)
정부는 업계가 제시한 엘티이-5G 요금인하율도 그대로 활용했다. 엘티이와 5G 간 데이터당요율 차이는 데이터 생산 원가와 기준점을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결과 차이가 크다. 정부는 엘티이 요금제(5만원·4GB)와 5G 요금제(5만5천원·8GB)의 1기가바이트당 요금을 견줘 5G(6875원/1GB)가 엘티이(12500원/1GB)보다 최대 45% 하락했다는 에스케이텔레콤 쪽 입장만 자문위에 전달했다. 시민사회계는 엘티이 요금제를 5만5천원으로 놓고 데이터량을 올려 계산하면 엘티이의 1기가바이트당 요금이 9400원이어서 최대 인하율이 27%에 그친다고 본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정부에 제출한 요금제 개정 근거자료(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자문위에 제출한 요금제 심사안(아래)
정부는 증강·가상현실과 같은 대용량 콘텐츠 때문에 고가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업계 쪽 주장도 사실상 용인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인가자료에 “5G 대용량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대용량 데이터 요금제가 가장 적합하다”며 “1∼2기가바이트(GB)로는 실익이 없어 요금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계가 “부족분을 와이파이로 대체하는 등 이용자 판단에 달렸는데 선택권을 원천봉쇄했다”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5G 체감 서비스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힐 뿐 보충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에스케이텔레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한 요금제 개정 근거(위)와 이에 대한 정부 쪽 설명(아래). 에스케이텔레콤은 “5G의 빠른 속도와 대용량 서비스로 소량 데이터는 실익이 없다”며 저가 요금제를 내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법적 기구가 아닌 민간자문위에 사실상 인가 결정권을 준 점도 책임 회피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전기통신서비스 이용약관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에 관한 지침’을 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2인 이상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이용약관심의자문위를 설치해 자문을 받되, 인가신청서의 흠결을 발견할 경우 보완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기정통부가 반려·허가 발표만 할 뿐 상세한 근거는 자문위 결정으로 갈음해 사실상 인가권을 자문위에 넘겼다. 자문위원들은 에스케이텔레콤이 수정 자료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자료를 검토한 뒤 “‘세계 최초 5G’를 위해 인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범석 민생희망본부 통신분과장 겸 법무법인 백승 변호사는 “인가제도가 이동통신사의 요금 폭리를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데도 정부는 2G, 3G, 엘티이(LTE) 인가 때부터 깜깜이·베끼기 심의로 일관해 왔다”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고질적 부실심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절차에 맞게 양쪽 의견을 듣고 심의했다”고 밝혔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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