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11 12:13 수정 : 2020.01.12 10:05

지난달 18일 중국 베이징시 샤오미 본사 앞에서 배달앱 종사자들이 주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다은 기자

플랫폼노동시장 먼저 만든 중국
직접·간접고용에 파트타임까지
노동자 노무관리 촘촘히 나뉘어
보험·수당도 유형따라 다 달라
“하루 30건 배달 뛰고 200위안…
플랫폼 진입 초기보다 못 벌어”
시간제노동 구하기는 쉽지만
턱없이 낮은 임금은 만족 못해

지난달 18일 중국 베이징시 샤오미 본사 앞에서 배달앱 종사자들이 주문자를 기다리고 있다. 신다은 기자

실생활을 공략한 신기술은 일자리 풍경을 바꿨다. 플랫폼 기업에 종사하는 시간제 업무가 늘었고 물건 계산·상품 관리·단순반복업무는 줄었다. <한겨레>가 지난달 18일 둘러본 베이징시는 신산업이 바꾼 일자리의 단면을 곳곳에서 보여주었다.

우선 시간제 일자리가 시장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모바일결제로 공유경제시장이 발달한 중국은 올해 기준 디디추싱 등 공유경제 종사자가 590만명(중국공유경제발전보고서)으로, 54만명 규모인 한국보다 10배 가량 많다. 그만큼 노무 체계도 촘촘하게 발달했다.

<한겨레>가 중국 플랫폼 기업 샨숭(심부름)·메이퇀디엔핑(배달)·으어러머(배달)·메이르요셴(신선식품 배달)·디디추싱(택시) 종사자 8명을 만나 보니 사업장별로 일률적인 노무체계를 가진 한국과 달리 이들은 한 회사 안에서도 노동자 선택에 따라 직접·간접고용과 자영업으로 나뉘어 있었다. 직접고용자는 중국 5대보험을 모두 적용받는가하면 간접고용자는 1∼2개 보험만 적용 받았으며 자영업자는 아예 보험이 없었다. 직접고용자들은 매일 아침, 간접고용자들은 한 달에 한 번 각각 본사와 용역업체 교육에 참석해 실적을 보고하고 주의사항을 교육 받았다. 자영업자들은 교육에서 제외됐다.

이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고 일 찾기가 쉽다는 게 장점”이라면서도 “시급이 너무 적어서 실제론 12시간 이상, ?은 날씨에 일해야 한다. 적게 벌고 쉴지, 많이 벌고 힘들게 일할지 매순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30건을 배달하고 200~300위안(한화 약 5만원)을 받았다. 하루 8시간 기준 지난해 베이징시 비정규직 최저임금(192위안·한화 약 3만2000원·베이징시 인력자원과)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메이퇀디엔핑에서 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진모(37)씨는 “아침마다 회의에 참석해 어제 실적이 어땠다, 일할 땐 이런 걸 주의하라 교육을 받는다”며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건당 8위안(한화 약 1356원)을 받고 보험료로 한 달에 150위안(한화 약 2만5400원)을 회사에 낸다”고 했다. 그는 “비 오거나 날이 궂을 때 위험수당을 훨씬 많이 받는” 자영업이 자신보다 낫다고 했다.

신속배달은 위험수당이 얹혀져 시급이 더 높았다. 개인심부름서비스 ‘샨숭’은 1건에 16∼20위안을 받았다. 샨숭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장모(38)씨는 “하루 10∼20건을 뛰고 300위안 가량 번다. 한달에 100위안 공제하는데 아마도 보험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근무시간은 “한 달에 25일, 하루 10시간 온라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장씨는 전날에도 아침 9시부터 저녁 11시까지 200㎞를 달렸다고 했다. 그는 “원래는 택배 일을 했는데 고향에 한 번 다녀오니 일이 끊겼다. 이 일로 다시 돈을 벌 수 있고 시간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신선식품 배달 전문기업 ‘메이르요셴’ 직원 리모(39)씨도 한 달에 9천위안으로 다른 배달앱에 비해 1천위안 가량 많은 돈을 받는다. 대신 신선식품이어서 주문한 뒤 최대 1시간 안에 배달해야 한다. 근무시간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택시기사를 했다는 리씨는 “일이 위험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돈이 너무 적다. 만족 못한다”고 했다.

8명 모두 이전에 시간제 일자리를 경험했고 플랫폼노동으로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건 다행으로 여겼다. 다만 노동강도와 견줘 보상은 적다고 했다. 흑룡강성에서 왔다는 자오모(38)씨는 “북경시가 차량 수를 통제한다고 차 번호판을 추첨제로 바꾼 뒤 북경 번호판 따기가 정말 어려워졌다”며 “디디 기사가 되면 이런 절차를 안 거쳐도 되니 다행”이라고 했다. 왕씨는 디디추싱과 연계된 업체에 고용돼 간접노동을 한다. 차량은 업체 소유고 한 달에 한 번 디디추싱이 안내하는 안전·서비스교육을 받는다.

이들이 속한 앱들은 지난 2012년∼2015년 시장에 진입해 덩치를 키워 왔다. 메이퇀디엔핑, 디디추싱 등 중국 플랫폼 기업은 이제 기업가치 50조원이 넘는 거대 플랫폼기업이 됐다. 이와 반대로 노동에 대한 보상은 더 약해졌다. 메이퇀디엔핑 자영업자 배달원 리모(32)씨는 “메이퇀디엔핑이 시장에 진입하던 초기엔 5대 보험을 보장했고 수당도 많이 줬는데 지금은 아니다”며 “시급이 너무 적어 경비원 일을 같이 해야만 한 달에 6000위안(한화 약 100만원) 정도 번다”고 했다. 리씨는 아내와 함께 살고 외벌이다.

디디추싱 기사 류모(32)씨도 “초반에는 디디가 기사들 모으려고 보상도 해 주고 이벤트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고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져서 예전만큼 못 번다”고 했다. 그의 한 달 벌이는 9000위안(한화 약 150만원)이다. 류씨는 “디디를 많은 사람들이 쓰기 시작하면서 합법적인 회사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업무방식은 ‘흑차(중국의 불법자가용운송영업)’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베이징엔 자가용으로 승객들을 태우며 용돈벌이를 하는 흑차가 있다. 류씨는 “디디에 소속된 차량도 다 택시 번호판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이다. 디디는 흑차를 앱으로 만든 것 뿐 본질적으로는 다 불법 흑차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차량을 디디추싱에 소속된 택시회사가 제공하기 때문에 소속감은 회사에 더 크다. 기사들은 보증금만 내고 차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17일 베이징 징둥 매장에 무인 계산대가 놓여 있다. 신다은 기자

모바일 앱이 새 일감을 들여왔다면 인공지능은 하던 일감을 대체했다. <한겨레>가 지난달 17일 방문한 베이징 징둥 매장 1층 계산대는 징둥 자체 개발 무인계산대 40대만 놓여 있다. 제품 바코드와 간편결제(위챗·징동페이)를 연결해 1분 안에 모든 물건을 계산해 준다. 계산원 4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징둥이 최근 개발한 ‘무인편의점’도 계산대 직원 없이 인공지능이 소비자가 들고 나간 물건을 분석해 모바일페이로 자동결제한다. 징둥 매장은 물론 응용프로그램을 임대하는 기업들이 늘수록 계산원 일자리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베이징 인터넷 법원 사이트에서 만날 수 있는 에이아이판사. 음성·이미지합성기술로 실존인물을 본땄다. 에이아이판사는 인터넷법원 화상 재판에서도 인간 판사를 대신해 당사자들에게 재판 절차와 규정을 안내한다./베이징인터넷법원 갈무리

음성합성기술은 고임금 사무직의 반복업무도 대체했다. 올해 베이징인터넷법원 사이트에 도입된 ‘에이아이 판사’는 재판조정절차에서부터 저작권침해행위까지 자주 묻는 법률질문 120가지에 답할 수 있다. <한겨레>가 이 서비스를 써 보니 실존인물 류모 판사의 얼굴과 음성을 그대로 구현한 에이아이판사가 준비된 답을 읽어내려갔다. 현재 에이아이판사는 베이징인터넷법원 화상 재판이 진행될 때 재판 안내 문구를 대신 읽어주거나 사이트를 방문한 재판당사자에게 간단한 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