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8 09:30
수정 : 2019.12.18 20:12
1심 선고 하루 뒤 삼성전자·물산 입장문 발표
당혹스런 삼성…재판 불복 절차는 밟을 듯
“대단히 죄송합니다.”
삼성그룹이 18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명의의 짧은 입장문을 내놨다. 전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와해 작업에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 개입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전현직 임원 다수가 실형을 선고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삼성 홍보실 쪽은 <한겨레>에 “초유의 사태라 경황이 없다”고 말했다. 입장문 명의에 삼성물산이 포함된 이유는 삼성물산 합병 전 회사인 삼성에버랜드에서도 같은 범죄 행위에 따른 처벌이 최근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문은 200자 원고지 1장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다. 삼성은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고 삼성은 입장문을 맺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심 재판 선고 하루 뒤에야 입장문을 낸 이유에 대해 “어제는 (입장을 발표할) 겨를이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었다”라며 “감사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입장문 문안을 정리해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삼성 쪽의 당혹스러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향후 이사회 운영 계획 등에 대해서도 삼성 쪽은 “아직 검토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심 판결 직후 이상훈 이사회 의장이 법정 구속된 터라 조만간 이사회 소집을 포함한 후속 절차를 밟아나가야 하지만 그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삼성 쪽은 앞으로 항소 등 법적 절차는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입장문도 법원이 삼성 쪽의 불법행위를 판단한 것임에도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됐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삼성전자·삼성물산 입장>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삼성전자(주)·삼성물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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