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서울·인천 동시분양 폐지 중복청약 가능 선택폭 커져

동시분양이 폐지되고 개별 분양이 이뤄지면 브랜드 인지도 등 우월한 지위를 활용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가 마케팅 측면에서 보다 유리해질 전망이다. 지난 8일 단독 분양에 들어간 ‘여의도 자이’ 본보기집 모습. 지에스건설 제공

5월부터 아파트 동시분양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앞으로 분양 환경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시장 참가자들의 자율성을 살린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분양 제도에 대해 건설업계 내부적으로는 대형 건설사들과 중소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또 다른 이해 당사자인 소비자들도 동시분양이 폐지되고 개별 분양이 이뤄지면 더 주의해야 할 것이 많아질 전망이다.

수시 입주모집…대형사 유리·중소업체 긴장
인기아파트 몰려 당첨률 되레 떨어질수도
분양정보 관심 가져야…11월 판교는 동시

■ 중소업체 전정긍긍=서울시에서는 5월부터 동시분양제를 폐지할 예정이다. 이달 말에 있을 예정인 3차 동시분양이 마지막 동시분양이 되는 셈이다.

동시분양 제도는 20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주택공급자가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는 시기에 한꺼번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로, 서울시는 1992년부터 다달이 동시분양을 시행해 왔다. 이 제도는 애초 청약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가 풀렸는데도 동시분양은 계속돼 왔다. 그러다가 정부는 지난달 31일 규제개혁 관계 장관회의에서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동시분양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동시분양 제도가 폐지되면 업체는 관할 구청장의 승인을 받아 수시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청약을 대행해 주는 은행에서는 수시로 청약접수를 받고 금융결제원의 추첨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수시 분양이 가능해지면 누구보다 대형 건설사 쪽이 유리하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마케팅 능력이 앞선 대형 건설사의 경우 동시분양을 할 때보다 단독 분양에 나설 때 인기몰이를 통해 청약률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소건설사는 그 반대다. 동시분양을 할 때는 적은 비용으로도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널리 알릴 수 있었지만 홀로 분양하게 되면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더 늘려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동시분양을 할 때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면서, “동시분양을 폐지한다면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절대 불리한 중소업체를 위한 배려도 있어야 할 것”고 말했다.

■ 모집공고 꼼꼼히 챙겨야=동시분양이 폐지되고 수시 분양이 이뤄지면 형식적으로는 소비자의 아파트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 지금까지는 동시분양 때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두 곳 이상 있더라도 한 곳밖에는 청약할 수 없었다. 중복 청약 금지 조항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시분양이 폐지돼 아파트가 수시로 분양되면 청약 일정이 서로 다른 아파트에 얼마든지 중복 청약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주택공급규칙을 보면, 당첨자 발표일이 서로 다른 아파트는 수요자가 중복청약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당첨자 발표일이 빠른 아파트에 당첨되면 다른 아파트에는 당첨자로 선정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앞의 아파트에서 떨어지면 뒤의 아파트에는 당첨될 수 있다.

동시분양보다 개별분양 때 청약자의 선택권이 넓어지지만 그렇다고 당첨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개별 분양은 오히려 인기 지역, 인기 아파트에 대한 청약 집중도를 높여 장기 무주택자나 1순위자 등 우선순위 청약자의 당첨 확률이 동시분양 때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개별 분양은 결과적으로 일부 대형 건설사에게만 혜택을 주고 정작 소비자에게는 실익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다달이 정기적으로 치러진 동시분양이 사라지고 개별 분양이 이뤄지면 소비자들은 관심 있는 지역의 분양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문과 인터넷 등을 통해 수시로 분양정보가 쏟아지겠지만 동시분양 때와는 달리 언론의 관심도 분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과 인천에서는 동시분양이 폐지되지만 오는 11월 분양예정인 경기 판교새도시는 애초 약속대로 2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동시분양될 예정이다. 판교 동시분양에서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를 신청할 수 있는 청약통장 1순위자로서 공급물량의 40%를 우선 배정받는 40살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 가구주의 당첨 확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최종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