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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20 17:35 수정 : 2005.04.20 17:35

강아무개(41·주부)씨는 20일 “아파트 안방 창에 둘러쳤던 비닐을 최근에 걷어냈다”고 밝혔다. 늦봄까지 아침·저녁 외풍에 몸서리를 쳤지만, 피난살이 마냥 둘러친 비닐이 내내 거슬렸던 참이었다. “20년 된 주공아파트에서도 이렇게 심한 외풍은 없었어요. 오죽하면 보온을 위해 창에 비닐을 쳤겠어요….” 강씨는 두 아이가 곧잘 감기에 걸리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세로 입주했다. 그는 한때 아파트 입주를 후회도 했지만, 일단 하자보수를 통해 환경을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인천시 서구 당하·원당동 일대의 ‘원당지구’는 낮은 산이 둘러싸고 있어 주변 환경은 쾌적하다. 현재도 아파트 입주가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건설업체들이 분양 때 내세웠던 ‘괘적한 새도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이 지금은 불편하지만 몇년 지나지 않아 쾌적한 새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입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입주해 보니 각종 하자와 교통 불편으로 ‘쾌적하지 않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1740가구로 ‘원당지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인 풍림‘아이원’을 찾았다. 풍림산업은 분양때 ‘빠르고 쾌적한 계획신도시’, ‘푸르름 가득한 녹지공간, 편리한 생활’ 등의 청사진을 내걸고 2002년 5월 분양해, 지난해 10월부터 주민들이 입주했다.

◇ 새집인데 하자가 많아요=주민들은 심한 외풍과 함께 아파트 벽체의 이슬맺힘 현상이 초래한 곰팡이 고민을 가장 먼저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ㄱ씨의 집엔 앞·뒷 베란다의 벽들이 곰팡이로 심하게 얼룩덜룩 했다. ㄱ씨는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고 애써 환기를 시켰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안팎 온도 차로 인해 벽체에 습기가 차고 곧 곰팡이 번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1740가구 가운데 400여가구의 내부 시공을 맡았다는 김아무개(35)씨도 “외풍과 이슬맺힘 현상이 가장 흔한 불만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 시공을 하다 보니 눈여겨 보게 됐는데, 다른 단지에 비해 벽과 천장에 유난히 실금이 많은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입주 반면만에 외풍 · 곰팡이 등 보수공사
대중교통 부족…주민끼리 셔틀버스 운영
인근 상가 입점 더디고 관공서도 불충분


지난해 10월 입주한 김아무개(38·주부)씨는 마루 하자를 지적했다. 김씨는 “나무 재질의 마루 판넬이 벌어지거나 들뜨는 일이 많다”며 “집집마다 마루 하자보수에 들어가다 보니 시끄럽고 번잡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층간 소음에 대해선 불만도 종종 나왔지만 입주민들의 상황과 예민함에 차이가 있는 탓인지 평가는 엇갈렸다. 입주민들 가운데는 하자가 있는데도 ‘집값 떨어진다’며 애써 숨기기도 했다.

풍림산업 쪽은 “하자보수는 입주자 대표회의의 동의가 있어야 종결처리가 가능하다”며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부분들은 바로 진행되도록 하고 시간 걸리는 부분은 양해를 구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 교통·문화시설도 열악=도로 확장도 시급하다. 서울, 인천, 김포 방향으로 나가는 길이 아직 정비가 덜돼 불편하고 출퇴근 때는 교통정체가 심하다. 5월에 버스노선 확충 등이 예정돼 있지만 대중교통 상황도 좋지 않다. 풍림 아이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귤현역(인천지하철 노선)은 마을버스를 타고 10분 거리다. 부평역을 거쳐 1·2호선 분기점인 신도림역까지는 50여분 정도가 걸린다. 또 원당지구에서 서울시내 방향으로 1002번·1100번 등이 운행된다.

직접 자가 운전을 할 경우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서울 여의도까지 주행 거리가 25㎞ 수준으로 교통체증이 없다면 30분 안팎이 소요된다. 단지 주민들은 셔틀버스 등을 이용해 출퇴근·장보기 등을 하고 있다.

공원이나 쇼핑·문화 시설도 아직 부족하다. 한병창(37·회사원)씨는 “대형 할인점 등에서 장을 보거나 가족들과 공원에 놀러갈 때면 자가용으로 30여분 정도 걸리는 경기 고양 일산 쪽으로 간다”면서 “아내가 문화센터 등을 가고 싶어도 차가 따로 없어 곤란해 한다”고 말했다. 상가 밀집 거리는 건물 신축이 진행되고 있는 등 입주 6개월 인데도 아직 입점이 본격화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단지 안에서 일주일에 두번 열리는 알뜰시장에서 생필품 등을 구매하거나 아파트 안의 상가를 이용한다.

학교는 현재 발산 초등학교와 원당 중학교가 개교했으며, 고등학교 한 곳과 초등학교 두 곳이 내년 안에 개교할 예정이다.

관공서가 충분하지 않은 것도 불만 사항이다. 김미옥(44·주부)씨는 “같은 원당지구 주민도 원당동이냐 당하동이냐에 따라 동사무소가 다르다”면서 “주소도 인근 당하지구와 혼동이 크고 동사무소도 멀리 떨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우체국도 터만 예정돼 있을 뿐 아직 들어서지 않았다.

◇ 투자가치 평가=현재 가장 비중이 큰 33평형은 호가가 1억8500만원에서 2억원을 오가고 있다. 분양가가 1억4200만원이었으므로 4500만원 안팎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실제 매매는 많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다. 아파트 인근 부동산 업소의 한 직원은 “지난 1월을 기점으로 오를 만큼 올라 매수자가 적다”며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우리도 놀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세는 33평형이 6000만~65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내집 마련은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막상 새 집에 입주해 보면 애초 기대했던 모습과는 달라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각종 하자와 함께 교통·자녀 통학 어려움 등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불편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입주자도 있습니다. <한겨레>는 앞으로 건설업체들이 분양 때 밝힌 것이 입주 때도 같은지 꼼꼼히 점검합니다. 아파트 입주자와 함께하는 이 점검에 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불편 사항이 있거나 입주해 보니 분양 때 밝힌 그대로여서 기쁜 경우 등이 있으면 제보(02-710~0354)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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