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6.15 18:33
수정 : 2005.06.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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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과 관련해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일주일간 동맹휴업을 시작한 15일 오전 서울 대치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출입문에 배달된 신문이 그냥 꽂혀있다. 황석주 기자 stonepo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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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두면 부동산 더 뛸라, 올리면 경기 푹 꺼질라
부동산값 폭등과 관련해, ‘저금리 정책’이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몇년간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갈 곳 잃은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결국 부동산값 급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치권까지 저금리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한국은행 도 고심에 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재검토’ 솔솔 =지난 13일 국회 재경위의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경기회복을 위한 저금리 정정책이 부동산 시장의 ‘로또복권’으로 전락했다”며, “저금리 기조가 경기회복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부동산값만 올려 놓은 것이 아닌가”라고 박승 한은 총재를 몰아부쳤다.
부동자금 집으로 땅으로
문석호 열린우리당 제3정조위원장도 그 다음날 “부동산 투기문제와 관련해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의 이 발언은 고위정책회의 시작 전 참석자들끼리 의견을 미리 조율한 뒤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존에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한국은행에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이고 있다. 박승 총재는 13일 재경위 답변에서 “현재 부동산 가격 급등의 원인 중 하나가 저금리의 장기지속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과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것인지를 놓고 부작용과 긍정적인 효과를 저울질하는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못박기도 했다.
재경부 “금리인상 부적절”
하지만 재경부는 단호하게 ‘금리 인상 부적절론’을 표명하고 있다. 김석동 재경부 신임차관보는 15일 “부동산 문제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아직 부동산 때문에 금리인상을 논의할 때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근본 처방은 금리 인상밖에 없다” vs “경기 완전히 망가진다” =박승 총재도 인정했듯이 저금리가 부동산값 급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금리를 인상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점에도 별 이견이 없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보다 예금으로 들어갈 것이고, 기존의 대출자들은 금리 부담으로 집을 다시 팔려고 내놓고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금리 인상은 부동산 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저금리가 부동산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금리 인상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부동산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단순한 접근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금리인상없이 다른 수단으로 부동산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어느 나라도 부동산 거품 뒤에 과잉유동성이 없던 경우는 없다”며 “2001년 이후 5년동안 사상 최저의 저금리를 유지하는데 돈이 부동산으로 안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도 주어야 한다”며 “무모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행태를 위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풍선을 한꺼번에 터뜨리자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조금씩 빼자’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지난 2003년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것은 땅값까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모든 정책에는 치뤄야 할 비용이 있고,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가 당국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타임즈는 “전세계의 저금리 기조가 전세계적 부동산값 급등을 불러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출받은 중하위층 치명타”
하지만 금리 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만만치 않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조영무 엘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부동산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0.25%나 0.5%정도로는 안되고 상당히 큰폭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의 큰 폭 인상은 중소기업과 대출을 떠안고 있는 중하위계층에 치명타를 가해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은 부동산 자산뿐 아니라 주식, 채권 등 모든 자산가격을 떨어뜨린다”며 “자산가격이 급락할 경우 소비위축과 내수부진의 악순환으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 시장 안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티그룹증권의 유동원 상무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리 인상은 현재 한국 상황에서 가장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이 조만간 콜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저금리 정책’이 부동산 문제라는 커다란 장애물을 만나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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