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근처 부동산 중개소 앞에서 한 시민이 매물 안내판을 보고 있다.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과 분당의 집값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예고됐지만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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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급등 진원지 르포
“세금 더 내더라도 재건축땐 훨씬 이익”중개업소 “매물이 없는데 웬 가격조정” “겉으로는 세금 올린다고 아우성들 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어요. 그 정도는 껌값이라는 거지. 여기 다 돈 있는 사람들 사는 데 아닙니까.”(대치동 ㅂ공인중개사) “이 동네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어요. 2003년 10·29 대책 나올 당시에도 ‘상투 잡았다’고 했지만, 결국 또 올랐잖아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니까 결국 집 있는 사람들이 또 사는 거죠.”(분당 정자동 주민 조아무개씨) 8월 말로 예고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의 진원지인 강남과 분당의 집값은 꿈쩍도 않고 있다. 17~18일 둘러본 강남, 분당은 정부 대책을 지켜보기 위해 거래가 끊긴 상태였지만, ‘폭풍전야’라기보다는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분위기에 가까웠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호가를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냐”는 물음에 “몇 천만원 낮춘 매물이 일부 나오기도 하지만 큰 흐름은 아니다”라며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남 사람들 아파트값 떨어진다는 생각 절대로 안 해요. 지난 1월 16억 가던 압구정동 구현대 65평을 23억에 팔라고 했는데도 안 팔아요. 세금 좀 내더라도 재건축해서 최고의 자리에 최고의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만큼 값이 나간다고 보는 거죠.”(압구정동 ㅇ공인중개사) 인근 명문공인 관계자도 “경제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여유있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라며, “달라진 게 있다면, 예를 들어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69평형을 예전엔 20억5천만원에 꼭 맞춰 팔아달라고 했지만 요즘엔 20억에 맞추겠다고 해도 별 말이 없는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한 주상복합건물.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8월말로 예고됐는데도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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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에서 7년째 중개업을 하는 이아무개씨는 7월6일 마지막으로 접수된 매물 장부를 보여주며 “정부 대책 때문에 매물 나오기 시작했다는 일부 보도는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8월 말까지는 움츠러들어 조용하겠지만, 지금 거론되는 수준으로 대책이 나오면 9월부터는 집값이 또 오를 테니 두고 보라”고 잘라 말했다. 인근 우성아파트에 사는 주민 구아무개(45·여)씨는 “25억원 하는 타워팰리스 70평형대 1년 관리비가 1천만원쯤 나온다. 자기집 관리비 수준도 안 되는 보유세 좀 오른다고 달라지겠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바로 옆 은마아파트 우리공인 관계자는 “은마만 쳐다보고 있는 부동산이 50개쯤인데, 전체 4500가구 가운데 매물은 10개 남짓 나와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강남권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겠냐는 전망이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4년째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정아무개(36·강북구 우이동)씨는 “처음엔 나도 죽어라고 벌면 여기서 아이들 좋은 학교 보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집값 뛴 걸 보면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아내에게 큰소리 쳤던 게 창피할 정도”라고 허탈해했다.
“10·29때도 상투 잡았다 했는데 올라”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도 사정은 비슷했다. 단지마다 중대형을 분양받을 수 있는 큰 평수인 17평형(1단지), 25평형(2단지), 15평형(3~4단지)은 매물이 없다. 9억원 정도였던 2단지 19평형의 호가가 5천만원 정도 떨어지긴 했으나 거래는 없다. 인근 반도공인 강성호 사장은 “다주택자들이 한 채씩만 팔아도 신도시가 생기는 수준이라고 정부에서 떠드는 거 보면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만 든다”며 “두 채 이상 갖고 있어도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뭐하러 비싼 양도세 물어가며 집을 팔겠냐”고 되물었다. 분당 역시 넓은 평수를 중심으로 3천만~5천만원 정도 호가를 낮추는 경우는 있지만, 관망세를 유지하며 느긋한 분위기다. 특히 판교와 가까운 정자동과 이매동을 중심으로 11월께 예정된 판교 분양 덕을 톡톡히 볼 거란 기대감이 많다. 정자동 백궁공인 김영진 부장은 “판교가 뜨면 집값이 같이 올라가고, 소형 평수 확대 등으로 판교가 ‘죽쑤면’ 상대적으로 넓은 평수가 많은 분당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분당에서 보면 판교는 이른바 꽃놀이패”라고 전망했다. 그는 “판교 분양에서 떨어진 실수요자들이 다시 분당이나 용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돼 있다는 점도 호재”라고 덧붙였다. 분당을 가로지르는 탄천 둔치 산책로에서 만난 김아무개(50·정자동 ㅅ아파트)씨는 “분당 환승역 생기면 강남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 5년, 10년 후를 내다봐도 집값은 분명 더 오른다”고 말했다. 김씨는 “반상회 등 주변 모임에 가봐도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고, 정부 대책은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매동 ㄱ공인 관계자는 “매물이 없는데 무슨 가격조정이냐”며 “가끔 문의가 오는 주민들도 세금이나 집값 걱정은 안 하고, 정책이 나오면 또 그때 가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주상복합 파크뷰(1800여가구) 단지 안 파크뷰공인 유은숙 실장은 “매물이 33평형 단 1개뿐”이라며 “(집을) 많이 갖고 있던 분들은 벌써 챙겨서 떠났고, 2~3채 있는 분들은 딴 데 팔지 여기는 안 판다”고 전했다. 인근 ㅅ공인 관계자도 “아데나팰리스 67평의 경우 호가가 14억에서부터 17억까지인데, 최근 거래된 67평형이 15억대였기 때문에 호가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40평대 이상 중대형이 1억~1억5천만원 정도 오른 일산 새도시도 거래는 거의 끊어졌으나 오른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장항동 롯데공인 김상희 사장은 “32평형의 호가는 최고 4억원이지만 실제 거래는 3억5천만원에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라며, “그렇지만 급매물은 나오지 않고 정부 대책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산의 경우도 최근 시세를 올리려는 부녀회 입김이 곳곳에서 극성을 부렸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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