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신설이냐 종부세 강화냐 ‘고민’
94년 헌재 ‘미실현소득 과세’엔 문제 안삼아땅값 급등지역 특별한 보유세 신설 힘실려 정부가 다음달 내놓을 부동산 종합대책에 토지 공개념에 버금가는 토지 조세 강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과거 토지 공개념 관련 법률이 위헌 결정 및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 폐지된 전례를 고려해, 공개념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위헌 시비 없이 실효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안과 옛 토지초과이득세(토초세)와 비슷한 새로운 세제를 신설하는 방안이 모두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이 옛 토초세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면서도 위헌 시비를 피해 가는 방안이다. 지난 1990~1993년에 시행된 토초세는 땅값이 오른 토지의 미실현 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으로, 양도소득세의 예납적 성격을 띤 조세였다. 이 세금은 유휴토지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 땅값 상승률의 150%를 웃도는 경우 초과 상승분에 대해 50%의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이에 대한 납세자들의 저항은 헌법소원으로 이어졌고, 헌법재판소는 94년 토초세 과세 기준이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규정됐다는 점 등을 들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다만, 헌재는 당시 논란이 됐던 미실현 소득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해서는 “과세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 이득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 개념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정부 안에서는 당시 헌재의 이런 결정을 참고해 새로 법률을 제정하고 미실현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는 견해가 제기됐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토초세는 세금을 매기는 구조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것도 헌법 불합치 판정의 이유가 됐으며, 그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견해다. 먼저 토지 초과이득을 정하는 기준이 문제가 된다. 토초세 부과를 위한 토지가격은 정부와 시·군·구가 매년 고시하는 표준지 및 개별 공시지가인데, 개별 공시지가의 경우 당시나 지금이나 일선 하위직 공무원이 매기고 있어 신뢰성 문제가 제기된다. 또 하나는 땅소유자가 장기간 토지를 보유하면서 중간에 땅값 상승과 하락이 반복된 경우 결과적으로는 지가 상승이 없는데도 중간 과세기간에 땅값이 오르면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 토지이득에 대한 철저한 과세를 위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보유세의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정부 안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지가 상승분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분을 포함한 땅값 전체를 과세 대상으로 해 특별한 보유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특별 보유세 대상지역은 땅값이 급등한 지역에 지정되는 현행 ‘토지 투기지역’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 토지 투기지역은 서울·수도권과 행정중심 복합도시 주변지역인 충청권 등 전국 72개 시·군·구에 지정돼 있으며, 최근 전국에 걸친 땅값 상승으로 지정지역이 점차 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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