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공급될 재건축 아파트는 특히 서울 지역에 많다. 잠실주공 1·2단지, 잠실시영 등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곳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은 잠실주공 4단지. 이주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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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일정 비율의 임대 아파트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의 시행 여부가 아직 최종적으로 결론이 내려지지 못한 가운데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잠실주공 1·2단지가 개발이익환수제 시행 전에 일반분양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아니면 지속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 어느 해보다도 풍부한 재건축 물량이 올해 공급될 것으로 보이면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심리가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개발이익환수제 피해 사업 추진 박차 무엇보다 개발이익환수제 시행 여부가 관건이다. 이헌재 부총리가 지난 7일 건설인 간담회에서 “건설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재건축 규제의 합리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고 건설교통부측도 “후분양제ㆍ중소형 평형 의무비율ㆍ조합원 명의변경 금지 등의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재건축시장이 일정 부분 규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시세는 최근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개발이익환수제의 칼날을 피하려는 재건축사업장들이 사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재건축시장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대부분 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개포지구와 서울 고덕지구 단지들도 조합설립인가 및 사업시행인가까지 노릴 것으로 보이며 경기도 광명시 하안본1ㆍ2주공, 철산주공2·3단지 등도 올해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상반기에 공급될 재건축 아파트는 특히 서울 지역에 많다. 강남이나 화곡동, 여의도 등 인기 지역에서 모두 2만3천여가구가 쏟아진다. 이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일반분양 아파트는 4천여가구 정도다. 특히 잠실주공 1·2단지, 잠실시영아파트, AID영동차관아파트 등 그동안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온 곳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앞두고 이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회사가 모두 분양을 바짝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 조합원이 되는 게 일반분양을 받는 것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강남권 아파트의 공급 부족으로 향후 2∼3년 후에는 시세차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져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하던 반포 저밀도지구는 3단지가 최근 착공에 돌입하고 2단지 역시 조만간 공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 이 일대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반포주공 3단지의 경우 지난 1978년 입주한 아파트로 현재는 5층짜리 아파트 62개동(16~25평형) 2400가구 규모다. 재건축 후 용적률 269%를 적용, 23~29층 44개동 25~91평형 3410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이 중 25평형이 683가구, 35평형이 1363가구, 49~91평형이 1364가구로 구성된다. 반포 3단지 착공, 잠실주공 1·2단지 등 주목 2단지는 46개동 1720가구로 지난해 말 사업승인을 받았다. 오는 3월 말 관리처분총회를 열어 조합원 분담금 등을 최종 결정하고 6월부터 이주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공3단지 16평형은 현재 6억4천만원, 25평형은 9억4천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주비는 16평형이 무이자 1억3천만원, 유이자 5천만원, 25평형은 무이자 2억원, 유이자 5천만원이다. 지난해 말 조합원 분양신청 때 신청자가 가장 많았던 49평형의 경우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이 지역 반포미래공인의 서상순 사장은 “20~30평형대라도 6천만원 이상 환급받을 수 있고 강남권이라는 메리트가 있다”며 “중기 투자 관점에서 평형대와 지리적 위치를 고려해 실거주와 투자를 병행한다면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실주공 1·2단지의 경우 최근 개발이익환수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면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인근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높은 수준의 시세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잠실주공 1·2단지 역시 분양 후에도 꾸준한 시세 상승이 예상된다. 초기 투자비가 높다는 점이 부담이 될 수 있으나 그만큼 수익 발생 확률이 높다. 조합원 이주가 진행 중인 강동시영1단지는 지하철 역세권(명일역 도보 5분, 암사역 10분)인 데다가 각종 생활편의시설이 풍부하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조합원분 동호수 추첨을 앞두고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등 6개 업체가 공동 재건축할 잠실시영아파트도 6864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지하철 2호선 성내역과 맞닿아 있고 성내천, 올림픽공원 등 풍부한 녹지 공간도 장점이다. 삼성동 AID차관아파트 1·2단지의 경우 22평형 조합원의 평형 배정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웠으나 지난해 말 관리처분총회가 이뤄지면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청담동 삼성동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단지(약 3천가구)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LG건설이 여의도 한성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여의도 자이’ 580가구는 39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로 조망권이 돋보인다. 250가구를 일반분양한다. 강서구 화곡지구 화곡2주구의 재건축사업의 경우 사업인가에서 일반분양까지 초특급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 5개 저밀도지구 중 하나인 화곡2주구는 지난해 9월 사업인가를 받고 오는 3월 말까지 일반분양을 할 계획이다. 기존 화곡주공 2단지 13평형 1730가구를 포함해 인근 영훈아파트(21·26평형 180가구), 양서아파트(28평형) 100가구 등이 포함돼 있다. 단지 뒤편에 우장산이 있고 5호선 우장산역 역세권이라는 점과 향후 개발될 인근 마곡지구 등을 고려하면 투자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역삼동 신도곡아파트 153가구와 대치동 도곡주공아파트 2차 773가구 등이 재건축되며 인천에서는 인천주안주공 1·2단지가 벽산건설과 풍림산업의 시공으로 다시 지어진다. 인천 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 데다가 개발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빠르면 2월 분양도 가능할 정도로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 주안주공 일대 인천 구시가지가 노후 주택이 많아 신규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같은 가격, 같은 평형이라면 단지 규모가 크면서 조합원 및 세입자 비율이 적은 곳이, 조합원 추가 부담 측면이나 사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전세 수요가 있는지까지 살펴서 투자한다면 무난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대규모 재건축의 경우 일반 분양분은 주로 중소형 평형이어서 대형 평형을 원한다면 기존의 재건축 대상 저층 아파트를 매입해 조합원이 되는 게 유리하다. 김종길 기자 jerry@economy21.co.kr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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