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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30 15:47 수정 : 2018.12.30 21:30

그래픽_김지야

Weconomy | 허위매물 신고로 본 주택시장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올해 신고 11만771건 지난해의 약 3배
절반이 ‘폭등기’ 3분기에 접수

[신고 접수되면]
① 해당 중개사에 통보
② 안 바꾸면 신고자에게 연락
③ 신고 이유 못 대면 반려
④ 이유 있으면 현장 검증

그래픽_김지야

2018년 서울지역 아파트시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다. 신년 벽두와 한여름철에 시장이 펄펄 끓어올랐고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이내 가라앉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면서 집값이 크게 출렁인 한 해였다. 특히 7~9월 서울시의 용산, 여의도 통합개발 파장에 따른 집값 연쇄 상승은 ‘미친 집값’이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한국감정원 통계(6월 넷째주 대비 9월 넷째주)로만 봐도 3분기 석달간 서울지역 아파트 매맷값은 3.05% 급등했다. 이처럼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서 주택 소유자들은 자기 동네 집값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온통 촉각을 곤두세웠다. 또 중개사들은 다량의 매매나 고가 거래를 통해 높은 중개수수료 수입을 얻으려고 움직였다. 지난 7~9월 서울 집값 급등기에 이들의 욕망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 허위매물 신고량 사상 최대…양천·광명·화성 1~3위

<한겨레>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올해 인터넷 이용자들의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데이터를 통해 집값 급등기 주택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들여다봤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사업자 12개사가 참여한 자율정책기구로, 인터넷 부동산 매물정보 이용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2016년부터 국내 유일의 허위매물 신고·처리 기관인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신고와 검증 절차를 통해 인터넷상의 허위매물을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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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의 허위매물 신고 데이터를 집계해본 결과, 올해 허위매물 신고량은 11월까지 11만771건으로 지난해 신고량 3만9269건의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7~9월에 허위매물 신고가 크게 늘어, 올해 신고량의 절반에 가까운 5만913건이 3분기에 접수됐다.

허위매물 신고가 3분기에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집값 상승기에는 중개업자가 부동산 매물정보 가운데 이미 거래가 완료된 매물을 내리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가격이 낮은 ‘미끼매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따른 이용자의 신고도 같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3분기에 허위매물 게재가 많았고 신고량도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특히 3분기에 허위매물 신고 양상이 예사롭지 않았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가 분류한 매물정보 허위 유형은 4가지다. 중개업자가 매수자를 유인하기 위해 허위가격을 기재한 사례, 경매 물건이 일반 매매물건으로 둔갑한 경우, 이미 계약 완료된 매물을 내리지 않고 계속 게시하는 경우, 기타 매물과 관련한 허위 정보가 포함된 경우 등이다.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는 허위매물 신고가 접수되면 먼저 해당 공인중개사에게 통보해 중개사가 스스로 매물을 내리거나 정보를 변경하는 ‘자율처리’를 진행하며, 중개업자가 정상 매물이라고 주장한 건에 대해서는 자체 검증에 나선다. 이때 첫 검증에서 신고자가 신고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할 경우에는 ‘신고반려’ 처리되고, 신고 이유가 확인된 경우에는 현장 검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올해는 다른 때보다 신고 유형 중 ‘허위가격’ 신고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신고자의 신고내용이 거짓으로 의심되는 ‘신고반려’가 많았다는 게 뚜렷한 특징이었다.

[올해는 반려도 많아]
7~9월 신고건수 1~3위 지역 76%가 거짓 신고
‘동탄새도시’ 화성시 반송동은 91.8%가 거짓 신고

[“주민들 가격 방어 심리”]
집값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데
개발 호재 등장하거나 인근 집값 들썩이는 지역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7~9월 전국 허위매물 신고 건수 1~3위를 기록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목동, 광명시 하안동, 경기 화성시 반송동(동탄새도시) 등에서는 허위가격 신고에 대한 신고반려 비율이 크게 치솟았다. 세 지역의 7~9월 아파트 매물 허위가격 신고는 2788건이었으나 신고반려된 건수는 2122건, 비율은 76.1%에 달했다. 특히 화성시 반송동의 경우 1303건 신고 중 91.8%인 1196건이 거짓 신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집값 급등세를 틈탄 중개업자의 허위매물 게시도 많았지만 동시에 집값을 방어하거나 끌어올리기 위한 집주인들의 집값 짬짜미(담합) 행위도 극성을 부렸다는 것을 뜻한다. 즉 중개업소가 게시한 매물의 가격에 불만을 갖고 영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허위매물이라고 신고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집값 짬짜미용 허위신고 방지책 추진 중

그렇다면 올해 7~9월 거짓으로 의심되는 허위매물 신고가 기승을 부렸던 지역에선 담합 효과가 나타나 집값도 다른 곳보다 많이 올랐던 것일까?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의 허위매물 신고 데이터와 한국감정원 집값 통계를 비교해봤더니 담합을 통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고 단정 지을 만한 뚜렷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8월 아파트 허위매물 신고량(1148건) 1위였던 서울 양천구 목동·신정동(목동신시가지아파트)이 속한 양천구의 8월 아파트값 상승률은 1.27%로 같은 시기 강남구(2.26%), 서초구(2.44%), 송파구(2.38%)보다 다소 낮았다.

부동산 업계에선 당시 목동아파트 단지 매매시장이 달아올랐던 것은 서울시가 8월19일 발표한 ‘목동선 경전철’ 조기착공 계획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가운데 교통여건 개선에 따른 개발 기대감이 한껏 높아져 집주인들 사이에서 집값 상승 기대심리도 확산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광명시 하안동의 경우 지난 7월 아파트 허위매물 신고건수(533건)가 전국에서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 지역에선 하안동과 철산동 경계에 있는 ‘철산센트럴푸르지오’가 고가에 분양되면서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가운데 저가 매물에 대한 신고가 크게 증가했던 것으로 보인다. 8~9월 아파트 허위매물 신고건수가 1517건으로 치솟았던 화성시 반송동(동탄새도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인접 동탄2새도시에 견줘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저평가됐다고 인식한 집주인들이 집값 격차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저가 매물 신고를 많이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자기 동네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보는 집주인들이 많은 곳에서 새로운 개발 호재가 등장하거나 인근 집값이 들썩이는 경우 인터넷 부동산매물 가격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허위매물 신고와 거짓신고 등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이 빚어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엘리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 팀장은 “아파트 거래량이 늘고 주택시장이 들썩일 때는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가격 방어 내지 상승 공감대가 형성되고, 상대적 저평가 지역에선 인근 아파트값과의 차이를 좁히려는 ‘갭 메우기’ 심리가 생기게 된다”며 “허위매물 신고가 담합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자율규제 차원에서 내년 초 허위매물 신고 시스템을 개편해 신고 때 증빙을 첨부하게 하는 등 정확한 신고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허위 의심 신고에 대해선 차별적인 처리 절차를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집값 담합 근절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10월부터 ‘집값 담합 신고센터’를 운영 중이며, 국토교통부는 시세를 조작하는 중개업자, 집값 담합을 위해 중개업자의 영업을 방해하는 집주인을 각각 처벌하도록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집주인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모의해 일정 가격 수준 이하의 매물을 올린 중개사들을 배제하거나 호가를 조정하도록 강요하며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도 담합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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