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1.06 15:02
수정 : 2019.01.06 21:21
74.7로…뉴욕은 물론 홍콩·베이징보다 높아
“임대료에 견줘 집값 지나치게 상승한 결과”
소득대비 집값도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수준
세계 경기침체 오면 가격급락 가능성 있어
서울 집값이 소득과 임대료에 견줘 고평가돼 있으며, 현재 정점을 찍고 내려올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고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6일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내놓은 ‘글로벌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 비교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PIR)과 연간임대료 대비 집값(PRR)은 21.1과 74.7이었다. 소득 대비 집값은 전세계 주요 도시와 견줘 낮지 않았고, 임대료 대비 집값은 전 세계 1위였다.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21.1)은 지난해 집값이 많이 오른 영향을 받아 과거 10년 평균값(15.7)보다 높았다. 김형근 엔에이치투자증권 연구원은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직후 가장 높았던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소득대비 집값은 주택가격을 연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주택의 가치를 소득수준의 변화와 함께 비교하기 위한 지표다. 예컨대 소득대비 집값이 10이라고 하면, 가처분소득을 한푼도 쓰지 않고 10년 동안 모아야 주택 한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뉴욕(11.3), 도쿄(13.1), 런던(20.6) 등보다 높았고, 홍콩(49.4)과 베이징(45.0) 정도가 서울보다 높았다.
서울의 임대료대비 집값(74.7)은 집값이 매우 비싼 베이징(65.4)과 홍콩(53.9) 수준도 능가했다. 도쿄는 40.9, 런던은 35.1. 샌프란시스코는 17.4 수준이었다. 김형근 연구원은 “임대료대비 집값은 서울이 다른 도시와 견줘 두배 이상 높은데 이는 임대료에 견줘 서울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의 주택 임대시장은 월세 이외에 전세라는 특수한 구조를 갖고 있어 다른 도시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서울의 수치와 비교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소득대비 집값과 임대료대비 집값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2016년 뉴욕(PIR 21.6, PRR 27.6), 런던(PIR 33.5, PRR 46.9), 도쿄(PIR 26, PRR 57.7) 등 주요 도시들의 현재 소득대비 집값과 임대료대비 집값 모두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각국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로 집값 등 자산가치가 증가하다가, 2017년부터 시작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인해 유동성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홍지환 엔에이치증권 연구원은 “향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어 국내 경기에 충격을 준다면 가처분소득과 임대료가 현재보다 더욱 악화돼 서울의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대출규제, 세금중과, 금리인상, 입주물량이라는 네 가지 악재로 국내 부동산시장은 2018년 조정국면에서 2019년 침체기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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