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4.21 19:24
수정 : 2016.04.21 19:24
이종우의 흐름읽기
이번 총선은 ‘경제’를 표면에 내건 유례없는 선거였다. 선거과정에서 경제가 쟁점이 됐느냐 아니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집권당이 패배했기 때문에 그리고 내년에 대선이란 또 다른 이벤트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에 최대한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금리 인하 요구가 높아질 걸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금리 인하 외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정책을 거의 다 써버렸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부동산 경기 부양책도 가계부채나 정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반면 금리는 다른 나라들이 인하할 때 보류해 놓은 부분이 있어 적절한 정책 수단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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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국 기준금리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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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가 필요한 경제 상황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연초 이후 성장 전망치가 계속 내려오고 있다. 이제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3%대 성장이 달성될 수 있을 거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은 대체로 2%대 후반에서 기대가 형성돼 있는데 이마저 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 4월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국내 경제 전망치도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됐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2%대 초중반으로 더 낮춰 보고 있다. 경제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 자체가 정책 대응이 필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대외 여건 변화도 금리 인하의 명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전망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횟수도 줄어들고 있는데 이는 금리 인하를 가로 막는 걸림돌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금리 인하 정책을 펴면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기업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할 경우 긍정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문제는 영향력인데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 금리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을 경우 기업들이 물어야 하는 금융 비용도 늘어나 금리 인하시 효과가 커진다. 반면 금리가 낮으면 금융비용이 다른 비용보다 작아져 중요도가 떨어지게 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국내외 모두의 금리가 너무 낮아 인하 효과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4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앞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더 열어놨다. 향후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이는 경제 상황을 바꾸기보다 시장에 신호를 주는 역할에 머물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정부가 계속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므로 멀지 않은 시간에 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 거란 암시를 주는 역할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가는 금리 인하가 거론되는 시점에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실제 인하가 이루어지고 나면 다시 제자리를 돌아오는 형태를 보일 걸로 전망된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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