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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31 16:35 수정 : 2016.07.31 21:37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인터뷰

재무제표 등 객관적 지표 우선
거래처 한정 기업엔 투자 꺼려
대주주 지분율 높은 기업 선호

“기업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지루한 시간 버텨야 투자성공 가능”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옥에서 이채원 부사장이 가치투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제공
“저성장·저금리는 성장주 투자에 대한 집착을 낳았죠. 최근 가치주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동시에 ‘배당주 선호’처럼 다른 흐름도 존재합니다. 가치투자자로서 여기에 주목합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사옥에서 만난 이채원(52)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겸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자사 펀드를 포함해 최근 가치주펀드의 성과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저성장·저금리’를 꼽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들어 7월26일까지 한국밸류운용의 대표펀드인 ‘한국밸류10년펀드(주식)(C)’ 수익률은 -3.8%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 수익률 4.27%에 못 미친다. 이 부사장은 “‘10년펀드’ 부진이 2014년 4월부터로 2년 정도 됐다. 저성장 때문에 성장에 대한 갈망이 강해져, 바이오·화장품 등에 투자가 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승속도가 가팔랐고 너무 비싸져서 이제 성장주 투자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C) 기준.
그는 이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는 다른 흐름도 있다. 더 이상 고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니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하려는 흐름이다. 대표적으로 그 동안 기업이 벌어놓은 돈에 대한 배당압력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우리는 이 흐름에 주목한다. 과거에 번 돈이 많아 차입금이 없고 자산이 많고 이익이 조금씩이라도 느는 기업에 투자하는 우리 투자전략과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가치투자를 시작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1998년 국내 첫 가치투자펀드인 ‘밸류이채원1호’를 설정했고, 2006년부터는 ‘한국밸류10년펀드’를 운용 중인 대표적 가치투자자로 꼽힌다. 제로인에 따르면 7월26일 기준 ‘10년펀드’(주식형 C)의 설정액은 1조4889억원, 설정 뒤 누적수익률은 146.62%에 이른다.

이 부사장은 스스로를 “기업의 미래보다 과거와 현재에 집중하는” 안정적·보수적 가치투자자로 분류한다. 기업 분석 때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고려하고, 빚이 없는 기업을 선호한다. 재무제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그는 “기업분석 땐 양적분석이 70%, 질적분석이 30%”라고 말한다. “질적 분석은 주관이 개입되기 쉽기 때문”이란다.

그렇다고 질적분석을 소홀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부사장은 질적 측면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거래처가 한정돼 한 두 곳 거래처의 ‘변심’만으로 기업 실적이 좌지우지 되는 곳에는 투자를 꺼린다. 또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을 선호한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는 주주에게 해가 되는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할 리가 없다. 따라서 이익의 방향성과 주가가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밸류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은 1년간 기업탐방을 1500차례가량 나간다. 이 부사장을 비롯해 운용인력은 15명 정도다. 투자대상 기업에 방문해 각 사업부문 인터뷰를 하면서 사업모델을 점검하고 재무제표상의 의문점을 해소한다. 사업모델 타당성 검증을 위해 투자 대상기업의 경쟁사에 ‘위장탐방’을 가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에 있어 가장 큰 위험(리스크)은 “시간과 인내심”이라고 봤다. 가치투자는 가격에 기업의 내재가치가 제대로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가격에 가치가 반영될 때까지의 예측할 수 없는 “지루한 시간”을 버텨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이 부사장은 펀드투자자에게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점을 적극 알린다. 일단 ‘10년펀드’는 이름에 걸맞게 3년 내 환매할 경우 얻은 수익의 최고 7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사실상 3년 내 환매를 제한하는 것이다. 알기 쉽게 쓴 저서와 가치투자전략에 세세히 소개해 놓은 자산운용보고서, 투자자와의 토크콘서트 등으로 투자자 설득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덕분에 ‘10년펀드’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8년 이상 장기투자 고객이다.

이 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도 몇 가치 원칙을 지킨다면 가치투자를 펀드매니저 이상으로 잘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투자하고 하루에 매일 3~4시간씩 투자기업에 대해 연구분석을 하며,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 단, 기다림의 시간은 외롭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성격도 잘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끝>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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