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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08 17:42 수정 : 2016.08.08 21:47

한국기업지배구조원, 4월 개정초안 공청회 거쳐 확정
경영투명성·주주권 강화 실효성 높일 지렛대 조항 삭제돼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시장의 자율적 가이드라인으로 통하는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 13년 만에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 초안에서 제시됐던 핵심 항목들은 삭제되거나 두루뭉술하게 완화되어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8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새로 개정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했다. 모범규준은 1997년 외환위기 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들여 재벌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로 1999년 처음 제정됐으며 2003년 한 차례 개정됐다. 지배구조원은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자본시장 유관기관들이 참여해 2002년 발족시킨 사단법인으로,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국내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평가하는 것은 물론, 이에 기반한 의결권 자문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와 지배구조원은 지난 4월 모범규준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이사회가 기업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후보자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며, 사외이사는 3곳 이상 회사에서 겸직을 금지하고 7년 이상 재임하지 않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주주총회 소집공고는 현행법(2주 전 통보)보다 더 두터운 주주보호 의무를 부과해 4주 전에 내도록 했고, 기관투자자 관련 장을 신설해 이들이 주주권 행사 내부 규정을 공표하고 주주권 행사 내부 전담 조직도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최종안에선 경영 투명성 제고와 주주권 강화의 취지를 살릴 핵심 내용들이 대거 잘려나갔다. 주총 소집 공고 조항은 “4주 전에 제공해야 한다”에서 “충분한 기간 전 제공”으로 두루뭉술하게 처리됐다. 다만 각주에 “아시아지배구조협회는 주총 개최일 28일 전에 개최 통지를 권고한다”고 단서를 달았을 뿐이다. 사외이사의 결격사유도 “해당 기업과 중대한 관계가 없어야 한다”고 모호하게 처리됐다. 초안에선 “해당 회사의 최대주주 혹은 지배주주 본인을 포함하여 그 특수관계인이거나 최근 5년 이내에 특수관계인이었던 자, 계열회사 재임기간을 포함하여 7년을 초과하는 사외이사의 과도한 재임” 등을 구체적인 결격사유로 열거했지만, 이런 부분이 모두 삭제된 셈이다. 사외이사 겸직 금지 권고도 초안에서 “2개 회사를 초과해 겸직해서는 안 된다”는 구체적 안이 “과도한 겸직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완화됐다.

이른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대기업 대주주 일가 내 다툼 등 ‘오너 리스크’를 고려해 새로 마련된 조항도 초안보다 완화된 것은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후보자 교육제도 내용을 공개하는 조항은 들어갔지만,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대한 정기적 평가 부분이 빠졌다. 이와 관련해 정재규 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청회 뒤 전경련 등 기업들의 의견 제시로 완화된 내용이 있다. 하지만 본질적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재계 의견이 수렴돼 실효성 부문에서는 효과를 더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실효성을 높이려면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관련 사항에 대한 공시 의무 부과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거래소와 금융위는 관련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채현주 거래소 공시부장은 “모범규준 이행상황을 공시하는 제도를 올해 말 시행을 목표로 금융위와 논의하고 있다. 초기엔 공시 방식을 자율로 할지, 대규모 기업에만 우선 도입할지 등 구체적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의무공시로 해서, 기업 간 경쟁을 유발할 필요가 있다. 거래소가 공시 서식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기관투자자들도 규준을 지키는지 평가하고 공개해야 모범규준이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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