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2.01 17:15
수정 : 2016.12.02 10:31
물가상승 우려로 국고채 금리 큰폭 올라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로 국내 채권 금리가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채권가격 하락)했다.
1일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만기 금리는 0.058%포인트 오른 2.202%로 지난해 12월16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채 3년만기 금리도 0.016%포인트 오르는 등 장단기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지난주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 계획에 이어 통화안정증권 발행 축소 방침으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던 채권시장이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회사채 금리도 올라 투자적격인 BBB-등급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8.281%를 기록했다.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는 AA 등급 이상의 우량 채권만 선별적으로 거래되는 실정이다.
앞서 11월30일(현지 시각) 미국 국채 금리도 유가 급등 영향으로 상승 반전했다.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0.089%포인트 오른 2.380%, 2년물은 0.026%포인트 오른 1.113%를 나타냈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지난해 같은달 대비 1.7%의 오름세를 이어간 것도 영향을 줬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선진국 간 금리차 확대로 달러화 강세를 부른다. 주요 6개국 통화가치와 견줘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101.58로 올라섰다. 특히 엔화에 강세를 보여 엔-달러 환율은 114.46엔으로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의 상승은 한국 등 신흥국 통화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7.9원 오른 1177원에 거래를 시작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점차 상승폭을 줄여 결국 1.5원 내린 1167.6원으로 마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장중에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2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위안화가 강세로 돌아선 게 원화 약세 완화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한다. ‘인플레이션지수’로 불리는 원자재 가격지수(CRB)에서 원유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단일 품목 중 가장 높다. 그만큼 물가에 전달되는 영향력이 크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의 등락이 경기와 시장에 주는 신호는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고 말한다. 먼저 유가 상승이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요 증가의 성격을 나타낼 경우 해당 산업과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이번 유가 상승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의 증가가 아니라 공급 감소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과거 한국 등 비산유국의 경우 유가가 상승하면 생산원가가 높아져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경기에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왔다.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 인상으로 전가할 경우 국내외 소비도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유가 수준은 과거보다 지나치게 낮은데다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기의 하방 압력을 키우는 구실을 했기에, 이러한 우려는 성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최근 국채선물시장에서 팔자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가 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가 커지면서 장기 국채의 금리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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