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5 외국기업 전문인력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한 기업의 채용설명회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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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2만명 북새통 “이정도는 고생도 아냐” “학벌이나 성별 차별이 없이 실력으로 겨룰 수 있을 것 같아 외국계 기업을 찾았어요.” 올해 2월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진아(26)씨는 오늘만 벌써 세 군데서 면접을 치렀다. 하지만 김씨는 이 정도는 ‘고생’도 아니라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40여통의 이력서를 썼지만, 면접을 본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이렇게 현장에서 면접을 치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김씨에게는 큰 기회인 셈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외국기업 채용 박람회’가 열렸다. 외국계 기업만을 위한 박람회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델 인터내셔널,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코리아 등 143개 기업이 1192명을 채용하기로 해 규모 면에서 꽤 크다. 행사장은 이날 2만명의 구직자가 몰리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심각한 청년 실업뿐 아니라 젊은이들의 외국계 회사에 대한 선호도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8월에 졸업해 8개월째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상호(27)씨는 “국내 대기업에 견줘 연봉이나 후생복리에서 월등히 나은 외국 기업에 꼭 취업하고 싶다”며 “1년쯤의 준비 기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선영(25)씨는 “외국 기업이라도 동남아시아·중국 지사에 취업을 하면 보수나 생활 여건에서 국내 기업보다 오히려 열악하다”며 “하지만 외국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이후 이직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는 현장 채용보다 채용을 위한 이력서 접수, 1차 면접, 채용 정보 제공이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업 채용 부스뿐 아니라 온라인 인·적성 검사관과 취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포메이션관, 그리고 해외인턴십 안내관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박현희 잡코리아 교육연수팀장은 “출신 학교나 성별 등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 외국 기업의 관례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에 비해 실력 외의 조건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대신 인턴십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외국어뿐 아니라 국제적 감각과 마인드를 가지는 게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22일까지 열린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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