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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19 18:21 수정 : 2005.05.19 18:21

이랜드 신촌사옥 1층 ‘더 까페’는 사내에서 질좋은 원두커피를 판매해 인기가 높다.



# 1. 아침 풍경

“여기 카푸치노 두 잔이요.”“참, 어제 얘기한 원단 단가 어떻게 됐니?”

19일 오전 9시 서울 창전동 이랜드 사옥. 1층 로비에 자리한 ‘더 까페’에서 모닝 커피를 주문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가볍다. 어제 마신 술이 덜 깼다는 투정부터 오늘 일과 이야기까지 가벼운 수다가 시끌벅적하다. 10여분 사이 직원들의 모닝커피 줄이 짧아지면, 이번엔 부지런한 거래처 손님들이 몰려든다. 이랜드 쪽 직원에게 로비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고 커피 한잔을 주문하는 모습이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이랜드의 1층 로비는 제대로 된 ‘까페’다. 테이블이 20개 가까이 되고, 세미나실을 갖춘 대학가 까페처럼 작은 방도 10개나 있다. 디자이너 조윤미(29)씨는 “옷 만들기 전에 샘플 원단을 받으러 내려왔다”면서 “일단 커피향이 풍기는 1층이 좋고 거래처 사람들도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아침 카페에선 커피향 수다
저녁 호프집 ‘권커니 잣거니’
사람·회사 잇는 ‘대화의 다리’ 변신

# 2. 저녁 풍경

▲ 오비맥주 사내 호프집 ‘비어 유니버시티’는 맥주·안주 무한 제공의 공짜 술집이다. 직원들이 당번제로 접객·운영을 맡고 있는 까닭에 지난주 생맥주 기기 사용법 교육도 이뤄졌다.




18일 저녁 6시 서울 서초동 오비맥주 사옥. 1층 로비 한켠 호프집 ‘비어 유니버서티’에 삼삼오오 손님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바삐 보낸 하루 끝 시원한 생맥주 한잔이 그리운 직원들이다. 첫손님들은 경리·인사부 여직원들이었다. “뭐야, 이 계란말이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거야?” 골뱅이를 무치고 계란말이를 부치기에 바쁜 기획부 직원들에게 정겨운 구박을 던진다. “이거 왜 이래? 일단 먹어보라구.” 누나한테 골뱅이 요리법을 전수받았다는 박창준(36·차장)씨는 “마른 안주가 일반적인데, 우리 부서는 요리를 선보이는 중”이라고 자랑을 덧붙였다.

오비맥주는 1층 한쪽을 ‘석양주’를 위한 생맥주집으로 운영한다. 영업시간은 5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직원들이 돌아가며 접객과 안주준비 등을 맡는데, 맥주와 안주 모두 공짜에 거래처 사람들이나 직원의 친구·가족도 환영이다. 게다가 일주일 한번 ‘해피아워’엔 카스나 오비맥주 뿐 아니라 세계맥주를 맛보는 시간도 있어 100여명씩 북적댄다. 김정하(25·여·과장)씨는 “일주일에 두세번 이용하지만 애주가들은 출근부를 찍는 사람도 있다”며 “다른 부서와도 자연스레 합석하게 되니 회사 돌아가는 얘기도 더 잘 알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1층 로비가 소통과 홍보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안내데스크, 소파 등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 회사와 회사를 잇는 만남과 대화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또 계열사 체인점 브랜드·주력상품 등을 홍보하거나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덤도 제공한다.

실제로 패션잡화 업체인 쌈지는 1층 로비공간을 ‘한뼘 갤러리’로 바꿔 문화기업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한달에 한 작가를 선정해 1층 로비에 대표작품을 전시하고 엘리베이터엔 작가 관련 읽을거리를 마련한다. 또 옥상엔 진짜 갤러리를 두고 깊이있는 전시로 이어간다. 이윤아 홍보팀장은 “직원들의 문화적 감각도 살리고, 방문객들한테도 짧지만 질높은 여유를 제공하는 로비공간”이라며 “직원들이나 외부 방문객들에게 기분좋은 대화꺼리를 제공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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