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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부의 회의 모습. 노트북에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타임벨’ 프로그램을 깔아 회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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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회의… 1시간 안에 끝낸다
“이번 회의는 170만원짜리” 비용 산출도“딱딱함 가라” 휴양지 느낌 인테리어 등장 흔히 카메라 전문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일본의 캐논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기업이라는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기술특허를 내는 초일류기업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캐논이 일본 전자업체들의 부진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탄탄한 기업으로 ‘잘 나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1999년 사카마키 히사시 사장이 취임 직후 캐논의 체질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손 댄 것은 ‘회의문화’를 바꾸는 일이었다. 사카마키 사장은 회의실 탁자 높이를 30㎝ 높여 서서 회의를 하게 했다. 집중력이 높아져 회의시간이 줄고 효율이 높아진다는 지론에서였다. ‘미리 주제를 밝히고 준비한 뒤 참석하라’ ‘애매한 표현을 구체적으로 바꿔라’ ‘침묵하는 이나 평론가같은 발언을 하는 이를 막아라’ 등의 회의원칙도 세웠다. 이후 실제로 캐논의 회의시간은 크게 줄었고 회의문화가 바뀌면서 회사도 활력을 얻었다. “회의 많이 하는 회사치고 잘되는 곳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회의는 회사 운영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최근들어 이 ‘회의’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회의를 효율적으로 하느냐 여부가 회사의 경쟁력으로 바로 직결된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회의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등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대한 회의 수를 줄이면서도 회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과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회의 속전속결 ‘111캠페인’
엘지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부는 최근 ‘111캠페인’이란 새로운 회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캠페인은 △회의자료는 최소 1시간 전까지 공유하기 △회의시간은 1시간 이내로 △회의결과는 1시간 이내 공유하기 등을 실천하자는 것이다. 엘지는 이를 위해 임직원 노트북에 회의 잔여시간을 표시해주는 ‘타임벨’ 프로그램을 깔아 회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교보생명은 회의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회의비용 산출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직원들에게 회의 비용을 인식시켜 회의를 통한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회의 시작 전에 회의 참석자와 회의 준비 직원의 직급·직책별 인건비를 인원수·회의 시간에 따라 계산하고 여기에 집기비품 사용료와 장소대여료 등을 더해 뽑은 회의비용을 미리 알려준다. 가령 과장 10명이 참석하는 2시간짜리 회의를 위해 사원 2명이 4시간 동안 자료를 준비했다면, “이 회의에는 170만원이라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이 사용됩니다”라고 전하는 식이다. 하나로텔레콤도 지난 연말 모든 회의실 안팎의 인테리어를 전면 교체했다. 회의실 이름을 예전 ‘1회의실’ ‘2회의실’ 같은 딱딱한 이름 대신 괌·몰디브·파타야·푸켓과 같은 세계적인 휴양지 이름으로 바꿔 재미와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했고, 내ㆍ외부 인테리어도 휴양지 분위기로 꾸몄다. 회의실 안에는 회의 종료시간을 알려주는 모래시계를 설치했다. 회의 내용도 하루 전에는 통보하도록 해 즉흥적인 회의를 줄였다. 하나로쪽은 이런 시도 이후 회의 수와 시간이 실제 줄어들었고, 회의의 질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회의과정 인터넷 시스템 도입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지난해부터 ‘회의소집→자료취합→회의진행→회의록 작성→지시사항 진척관리’ 등 5가지 회의과정을 인터넷 시스템으로 만든 ‘디브이에스데스크’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회의관련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고 신속하게 의사를 결정하며 정보를 공유해 회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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