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28 17:46
수정 : 2005.07.28 17:47
직장인 76% “일 때문에 병 달고산다”
금연관리제·심리상담 등 시행 잇따라
최근 건설회사로 옮긴 이아무개(32)씨는 얼굴근육이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났다. 새 회사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휴일도 반납하고 매일 야근을 하던 차였다. 회사에서는 그에게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여러개 맡겼고, 아무리 일을 해도 마무리가 안되는 과중한 업무 탓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회사에서는 즉각 의료비 전부를 지원해주고,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는 오전 근무만 하도록 하는 등 이씨의 건강관리에 나섰다.
최근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일이 늘고 있다. 직원들이 건강하지 않으면 업무효율도 떨어지고, 덩달아 기업경쟁력도 나빠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8일 취업포털 잡코리아(jobkorea.co.kr)가 직장인 560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해보니, 75.7%가 ‘직장생활로 인해 만성질환이 생겼다’고 답했다. 직장생활로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그만둔 적이 있다는 답도 전체의 27.1%나 됐다. 위궤양·속쓰림·변비·설사 등 ‘소화기 장애’(35.9%)에 시달린다는 답이 가장 많았지만, 우울증, 불면증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
한 정보통신 대기업의 시스템개발팀장을 맡았던 양아무개(38)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대형 프로젝트가 그에게 맡겨지면서 퇴근시간은 매일 밤 11시를 넘겼고, 다른 부서와의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6달 뒤부터 의욕저하와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사직서를 냈고, 현재 병원치료 중이다. 이처럼 유능한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회사를 떠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각 기업들은 저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본격적인 건강 관리에 나서고 있다.
엘지전자는 각 사업본부별로 건강펀드 프로그램, 심리상담소, 금연펀드 등을 시행 중이다. 유한킴벌리는 ‘직원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나은행은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으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직원에게 약 처방과 헬스클럽 비용을 퇴직할 때까지 지원하는 ‘하나 몸짱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포스코는 회사 안에 보건지원센터를 두고 직원들이 근무 중 무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금연책임관리제’를 도입해 상급자가 담배 피우는 직원을 따로 관리하도록 했으며, ‘술잔 안돌리기 운동’도 펼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인사고과 항목에 ‘금연 여부’를 반영해 흡연자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있다. 특히 임원으로 진급할 때는 ‘금연’이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잡코리아 김화수 사장은 “앞으로 조직원의 건강수준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직원들의 신체·정신적인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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