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12.16 20:02 수정 : 2013.12.16 20:44

직장인, 책에서 길을 묻다

올해가 다 갔다. 야심차게 세웠던 그 많던 계획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는 항상 왜 이 모양일까. 해 놓은 일은 없고 나이만 먹는구나. 허무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올 때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한해 동안 달려온 자신을 토닥토닥해주는 일이다. 이런 때 읽으면 좋은 책이 있다. 바로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조로증을 앓는 열일곱살 소년 아름이다. 아름이의 엄마 아빠는 아름이 나이 때 부모가 됐다. 아름이는 그냥 늦된 아이려니 했지만 조로증으로 엄마 아빠보다 더 빨리 늙어갔다. 아름이는 몸이 아파 학교에 갈 수도, 나가 놀 수도 없었다. 그래서 책과 친구가 됐고 애늙은이가 됐다. 아름이가 부모와 나누는 대화를 읽고 있으면, 이 책을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라고 소개한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열일곱살 소년이 품고 있는 질문이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라니. 이 소년이 찾은 답변은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라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아름이 가족은 <이웃에게 희망을>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출연을 결정한다.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부모는 망설였지만 아름이가 우겨서 하게 된 일이다. 방송에 언급된 아름이의 깜찍한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아름이는 오디션에 응시해 탈락한 아이들이 가장 부럽다고 했다. 이유는 그 아이들이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이것저것을 해보는 느낌이 궁금해서라고 한다. 자신은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란다. 아름이는 세상에서 가장 웃긴 자식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자식이 부모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직장인에게 연말은 뒤숭숭한 시기다. 새로운 한해를 준비한다는 미명 아래 칼바람 같은 조직 개편과 인사 명령이 난무하니 그 속에서 힘없는 개인은 불안감과 허무감에 시달린다. ‘마음을 비워야지’ 최면을 걸지만 자신보다 빨리 승진한 동기 녀석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아린 박 부장도, 한해 동안 구두굽이 닳도록 뛰었건만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좌천된 김이사도, 매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한 최 과장도 좌절감에서 벗어나 아름이에게 한 수 배워보자. 당신은 실패한 패배자가 아니라 중요한 무엇을 배울 기회를 얻은 행운아이지 않은가.(아름이는 분명 당신을 부러워할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시기가 되면 왠지 후회와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러곤 내년에는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름이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가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남보다 많이 가지고 남보다 빨리 달려야만 성공한 인생은 아니니까. 각자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모두 다를 수 있으니까. 모두들 기운 내시라.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누구에게나 두근두근한 내 인생이 아닌가!

유재경/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jackieyou@naver.com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