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8 18:12
수정 : 2016.07.28 18:12
좋은 일자리(Good Jobs)라고 하면 먼저 임금수준이 높은 일자리를 떠올릴 것이지만 좋은 일자리가 되기 위해서는 임금수준뿐 아니라 평등한 임금 분포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불평등성이 높은 것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직무의 성격, 강도, 작업장 분위기 등 ‘근로환경의 질’(QWE)도 임금에 버금가는 영향을 미친다. 임금이나 고용안정성 측면에서 썩 훌륭하진 않지만 자율성이 있고, 학습 기회와 건설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서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드물지 않다. 이처럼 일자리의 질은 다면적이다.
그렇다면 근로환경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일과 삶의 균형가능성, 정신적·신체적 안전, 성취감과 함께 ‘직장 내 차별’이 포함된다. 사실 채용, 승진 등 인사관리에서 차별뿐 아니라 특정 집단에게 가해지는 모욕, 따돌림, 희롱, 언어폭력도 직장 내 차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직장 내 차별 여부는 근로환경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는 2002년에 양질의 일자리(Decent Work)란 자유, 평등, 안전, 인간적 품위가 보장되는 조건 안에서 양질의 생산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남녀 모두에게 부여된 일자리로 정의하였다. 유럽연합(EU)도 2008년에 양질의 일자리(Job of good quality)를 규정할 때 남녀평등 조건을 빼놓지 않았다.
우리 노동법 체계에서는 차별적 처우를 제한 또는 금지하는 조항이 다양한 법령 속에 산재되어 있는데 성차별 금지를 보다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제2조(정의) 제1항에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성별, 혼인 또는 가족상의 지위,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를 차별로 정의한다. 동법은 동조 동항(차별간주조항)에서 “사업주가 채용 또는 근로의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에 비하여 현저히 적고 그로 인하여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기준이 정당한 것임을 입증할 수 없는 경우”도 차별로 간주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직장 내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남성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여성임금이 65의 수준에 머무는데 이 격차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를 추정하면 차별에 의한 임금격차가 적게는 30% 많게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많은 사람이 채용차별도 여전하다고 느낀다. 특정인을 직접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주요 대기업들은 다양한 채용방법을 사용하여 결국에는 선호하는 인력을 뽑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국가고시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높은데 민간 대기업 입사에서 여성이 저조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차별을 금해야 하는 이유가 헌법정신에 맞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별은 궁극적으로 가해자, 피해자, 차별로 인해 반대급부를 누리는 자로 나눈다. 단지 스펙이 좋아서 또는 학연, 지연이 같다는 이유로 직무능력과 상관없이 중요한 기획부서에 배치되거나 승진된다면 그로부터 배제되는 피해자의 억울함, 의욕상실 그리고 퇴사로 이어지는 손실을 별도로 하더라도 반대급부로 승진한 상대적으로 ‘무능력자’가 기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직장 내 차별을 시정할 필요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하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노동에 참여할 기회를 갖고 기여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차별행태를 시정하여 공정한 노동시장으로 만드는 것은 함께 오래 잘 사는 방법이 될 것이다. 어쩌면 차별해소는 고용절벽, 성장률 정체의 늪 속에 빠진 우리 사회를 여성 등 인재 활용, 생산성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