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06 10:03
수정 : 2017.11.07 09:25
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 인터뷰
퇴사자, 퇴사 꿈나무, 퇴사 실패자까지 13인의 ‘퇴사론’이 담긴 퇴사 전문 잡지 <월간퇴사>-1호 퇴사러의 탄생(롤링다이스)이 지난달 20일 나왔다.
잡지를 만든 곽승희(30)씨도 지난 4월 사표를 던지고 ‘퇴사 인간’이 됐다. 현재는 <월간퇴사> 편집장, ‘오늘 젊은것들 연구소’ 연구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곽씨는 “하고 싶은 걸 당장 할 수 있고, 그냥 하면 되니까 행복하다”며 연신 퇴사 예찬론을 펼쳤다.
사실 곽씨에게 ‘퇴사’는 한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그는 2011년 8월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취업만을 목표로 달렸다. 회사 2곳에서 인턴 생활을 거치고, 오랜 준비 끝에 2013년 5월께 한 언론사 정규직 입사에 성공했다. 언론사 생활 특성상, 개인 생활이나 주말이 없는 삶이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날 출근길, 회사 생활이 죽음처럼 다가왔다. “퇴사할 때, 주체적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는데 버티다 퇴사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4년간 3번, 곽씨의 퇴사 이력이다. 경제적인 고민 탓에 퇴사를 망설였던 순간도 있었지만,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곳에만 지출하는 등 경제적 불안감을 줄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았다.
<월간퇴사> 아이디어는 올 초 직장 생활 중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떠올랐다. ‘퇴사’라는 공통주제는 낯선 동료와 대화도 잘 통하게 만들었다. 곽씨는 퇴사 이후 좀 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퇴사론을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잡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퇴사’라는 공통주제에 많은 이들이 모였다. 5월엔 월간퇴사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TSlifestylemagazine/)를 먼저 열었는데, 퇴사론을 써보겠다는 이도 등장했다. 원고를 모으기 위해 연락이 뜸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익명의 필진들은 내밀한 퇴사이야기를 들려줬다. 전자책으로 잡지를 만들자는 제안도 받고, 인쇄비도 지원받았다. 곽씨는 “퇴사하고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는 것 같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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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 사진 곽승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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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퇴사>는 어떤 이들이 보면 좋을까. 곽씨는 “퇴사 하기 좋은 때는 언제인지, 모아둔 돈이 얼마 있을 때 퇴사하면 좋은지 등은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자신의 퇴사론을 쓰면서 인생에서 갖고 가야 할 중요한 좌표를 설정했으면 좋겠고, 퇴사론이 일종의 내비게이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월간 퇴사>를 기업 사장이나 대기업 인사팀에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잡지 1호에 퇴사론을 쓴 필자 3명이 대기업 출신인데, 대기업이야말로 조직문화가 잘 바뀌지 않는 곳이란 생각에서다. 곽씨는 “퇴사자들이 단지 참을성이 없어 퇴사한 게 아니라, 조직에서 견딜 수 없던 일부분이 있었던 것이고 그런 부분을 조직의 대표나 인사 담당자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곽승희씨 제공. 책 표지 롤링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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