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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12.08 21:28 수정 : 2005.12.08 21:28

“술시(밤 7~9시) 넘기는 송년회는 가라”

‘부어라 마셔라’ 기피 1순위…‘저녁식사 뒤 공연관람’ 선호 외식업체들 직장인 연말특수


삼성에스디에스 김유정(33) 과장의 부서원들은 올 송년 모임의 시작시간을 오후 4시로 잡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연말 정리회의를 마친 뒤 뮤지컬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3차로 맥주 한잔을 한다 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하기에 충분한 일정이다. 김 과장은 “술만 마시는 송년회 말고 다른 걸 해보자는 얘기 끝에 이런 프로그램이 마련됐다”면서 “예약도 덜 밀리는데다 일찍 시작해 여유있게 끝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밤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가 기피 대상이 되면서 직장인들의 송년회 시간대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북적대는 저녁 시간대를 피해 오후에 송년회를 시작하기도 하고, 팀원들끼리의 단촐한 점심 송년회도 선호되는 추세다. 한국씨티은행 본점 직원 20여명은 지난주 점심 시간을 두 시간여로 길게 잡아 전략회의를 겸한 송년모임을 갖기도 했다.

서울의 광화문·여의도·강남역 인근 등 사무실 밀집 지역의 외식업체들은 이런 직장인 풍속도를 반영한 송년 맞춤 서비스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남점 등 3개 지점을 운영 중인 열대 테마 레스토랑 ‘카후나빌’은 8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10명 이상의 단체 고객에겐 20% 할인과 함께 공연티켓·영화예매권 등 각종 문화혜택을 제공하는 ‘건전한 회식문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카후나빌은 “젊은 직원들과 외국인들이 많은 강남지역의 정보기술(IT)·외국계 기업들이 이른 저녁식사를 한 뒤 공연을 보러 가는 송년회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송년회를 아예 차단하기 위해 ‘알람’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은행의 한 지점은 회식을 시작하기 전에 마치는 시간을 미리 공지하고, 모두의 휴대폰에 알람을 설정해 벨이 울리면 회식을 종료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모임이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간단한 송년회에 적절한 장소인 패밀리 레스토랑들은 연말 특수가 한창이다. 베니건스 양문영 과장은 “지난해엔 직장인 송년모임을 잡기 위해 와인 제공 등 여러 이벤트를 펼쳤는데, 올해는 그럴 필요도 없이 12월 한달간 단체예약이 한도까지 다 찼다”면서 “보통 두세시간 정도 식사를 하면서 건배 제의용 맥주나 와인 한 두잔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토니로마스를 운영하는 썬앳푸드의 원정훈 대리는 “서울 7개점에 잡혀 있는 직장인 단체 예약이 52건인데 점심 모임이 20건이나 된다”며 “여의도점에선 점심 시간에 모여 우수 직원 포상 등 연말 행사를 하는 모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티지아이프라이데이스는 아예 송년모임용 콤보메뉴를 내놓았다.

한편 여성가족부가 ‘즐거운 송년모임·회식 문화 만들기’ 캠페인을 펼치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지구남녀 이야기(town.cyworld.nate.com/1366)’의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은진씨는 “항상 술 먹고 그런 회식이 아닌 낮에 하는 깔끔한 회식이 좋다”면서 “쉬는 날 오전에 찜질방 같은 데 모였다가 점심을 먹고 개운하게 헤어지는 연말 모임은 어떠냐”는 제안하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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