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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4 14:05 수정 : 2005.02.04 14:05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무단게재금지)

고현숙의 3분 코칭

“그 프로젝트는 도대체 왜 진전이 없는 겁니까? 내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다들 뭣들 하는 겁니까?”

상사가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보자. 이 말을 ‘질문’으로 생각하고 ‘정말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대답하는 직원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체로 “죄송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등 상사의 화를 가라앉히는 대답을 하는 선에 그친다. 직원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빨리 이 자리를 모면하고 내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다.

여기서 상사가 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질책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상사가 얻는 것도 위축된 직원의 급한 마음이지, 실제 프로젝트가 왜 진전이 없는지의 원인 파악이나, 어떻게 해야 진전될 것인지에 대한 해답이 아니다. 그는 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원하는 효과를 거둔 걸까?

직원이 기대에 못 미쳤을 때 당신은 어떻게 피드백해 주는가? 성과가 전혀 없는 직원에게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겠다는 말을 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하는 경영자들이 있다. 그 말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서 어려운 것이다. 제대로 일 못하는 직원에 대한 미운 감정과 내보내야 하는 입장의 미안한 마음이 어우러져 있으면 명확한 의사 전달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어떻게 하면 하기 곤란한 말을 잘할 수 있느냐?” 고 묻는 분이 있었다. 자신은 직원들에게 나쁜 말을 못해서 항상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조금 다른 경우로, 직원과 직접 대면한 상황에서 분명하게 의사 전달을 못하는 경영자가 있었는데 그 밑에서 일하는 임원은 그것 때문에 매우 피곤해했다. 자신이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직원에게, 경영자는 막상 만나서는 부드럽고 긍정적인 얘기만 해놓고서 실제 처리는 이 임원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임원은 직원의 기대와 경영자의 실제 판단 사이의 갭 때문에 오히려 일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거절하거나, 기준에 못 미쳤음을 평가하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전달하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또 누구에게나 있다. 나는 ‘중립적 언어’(Neutral Language)로 말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립적인 언어란 어떤 것일까? 감정을 싣지 않고 사실에 초점을 맞춘 언어이다. 또 말을 하는 사람의 가정이나 비난, 평가, 선입견을 배제하는 언어이다.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느낌을 풍기지 않고도 할 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언어이다.


몇 년 전 일이다. 회사에서 중견 간부에게 새로운 책임을 맡겼다. 그의 성과는 매우 낮았고 함께 일하는 직원들로부터 피드백도 좋지 않았다. 더 이상 그 일을 계속 맡기기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1년이 지난 후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나는 “팀장님의 성과가 회사의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거기엔 ‘당신은 못난 사람이다’라는 뉘앙스도 없었고, ‘나는 당신에게 실망했다’는 분위기도 없었다. 다만 “그래서 새로운 조처가 필요합니다”라고 나의 위치에서 그 결과에 대해 행해야 할 책임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또 나의 해결방안을 미리 정해놓고 강요하려 하지도 않았다. 그 대화에서 그가 생각하는 것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성과가 낮았던 이유에 대한 그의 견해를 충분히 경청할 수 있었다. 자신이 느꼈던 힘든 점과 좋지 않은 여건 등을 충분히 토로하고 상사가 그것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은 그에게 좋은 일이었다. 비록 내가 그의 견해에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지만 그 대화에서 나에게 학습이 일어난 것도 분명하였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서로 책망하거나 감정에 휩쓸리는 대신 몇 가지 가능한 대안들을 놓고 깊게 토론할 수 있었다. 마치 객관적으로 조망하는 듯한 그 접근법은 그에게나 나에게 모두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나중에 그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했고, 나도 그에게 새로운 역할에 잘 적응하도록 격려해 주었다.

글머리에 얘기했던, 프로젝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며 화를 냈던 경영자의 경우로 돌아가보자. 당신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중립적인 언어로 직원과 대화하겠는가? 어떻게 대화를 하면, 직원을 한 번 질책하고 끝내버리는 대신에, 프로젝트가 진전이 안 되는 이유와 진전시키기 위해서 어떤 조처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들을 탐구할 수 있겠는가? 그 대화를 중립적인 언어로 다시 만들어보라. 이것은 많은 경영자들에게 또 상사들에게 꼭 필요한 훈련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Helen@eklc.co.kr

고현숙은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으로, 기업 CEO와 임원들을 코칭하고 있는 전문 코치이다.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한 리더십과 코칭을 주된 과제로 기업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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