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핵심인물인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16일(현지시각) 세계은행 총재로 내정되면서, 조지 부시 2기 행정부의 국제기구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월포위츠 부장관의 세계은행 총재 내정 사실을 밝히면서 “그는 열정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다. 세계은행 총재로서 일을 훌륭히 잘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주 대표적 강경파인 존 볼턴 국무부 차관의 유엔대사 지명에 이은 이번 인사로, “부시 대통령이 ‘자유 확산과 폭정 종식’이란 2기 의제를 국제기구를 통해 밀어붙이려 한다”는 우려가 미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월포위츠는 선제공격론을 입안했고, 이라크 침공과 중동 민주화론을 강력하게 주창하는 등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초를 세운 인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유럽이 지명권을 행사해 왔기 때문에 월포위츠의 총재 취임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이에 대해 존 케리 상원의원(민주)은 “우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현 행정부의 말이 단지 헛소리에 불과했던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환경단체 등의 말을 빌려 “월포위츠와 볼턴은 국제관계를 해치는 ‘정력적인 2인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지난 2월 부시 대통령이 방문했던 유럽의 충격이 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이 신문은 월포위츠 내정을 ‘두번째 충격’이라고 표현하며 “부시는 ‘미국이 앞장서면 세계는 따라야 한다’는 시각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는 두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보냈다”고 비판했다. 국제구호단체 등의 우려도 높다. 세계은행은 가난한 나라들의 개발을 위해 설립된 기구인데, 월포위츠가 ‘자유 확산’과 ‘대테러전쟁’이란 이념을 근거로 저개발국 지원순위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월포위츠는 2002년 “현대화와 자유, 번영을 열망하는 수십만명의 이슬람인들은 실제로 대테러전쟁의 선두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며 개발과 대테러전쟁을 연결시킨 적이 있다. 월포위츠의 자리바꿈으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월포위츠는 부시 행정부에서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을 가장 강하게 주창해 왔다. <뉴욕타임스>는 “앞으로 콘돌리자 라이스가 이끄는 국무부가 이라크 정책을 더 많이 좌우할 게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은행의 관리들은 월포위츠가 1967년 국방장관에서 세계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긴 로버트 맥나마라의 선례를 따르길 원한다. (베트남 확전의 책임자였던) 맥나마라는 그뒤 가난한 사람들의 옹호자로 변신해서 신뢰를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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