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 논리’ 주요원칙 꼽기도 18일(현지시각) 열린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청문회는 조지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결론은 2기 외교정책이 1기 정부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라이스는 “외교의 시간이 오고 있다”면서 1기 때의 일방주의적 외교에서 탈피해 동맹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뜻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문제와 북한 문제 등에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국제사회와의 화해노력이 결실을 맺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라이스가 익히 알려진 백악관 입장을 반복했다”고 평했다. 특히 라이스 지명자는 ‘전세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외교원칙의 하나로 강조했다. 그래야 미국이 더 안전해지리란 것이다. 이는 라이스 체제의 국무부가 1기 때의 ‘콜린 파월 국무부’에 비해 네오콘적 시각에 훨씬 기울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문제=라이스는 북한 문제에서 부시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그대로 답습했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이란 틀을 계속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어떤 선택방안도 배제한 일은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이 문제(북핵)가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주둔엔 “시한 없다” 임무완수 강조
“민주주의 확산때 더 안전” 침공논리 여전
부시도 ‘북한 비판’ 반복땐 6자회담 먹구름 동시에 그는 북한체제에 대해 ‘공포사회’ ‘폐쇄된 불투명한 사회’ ‘위험한 정권’ ‘이웃 국가들의 문젯거리’ ‘기아와 압제에 시달리는 절망적인 주민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극히 부정적인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북한을 쿠바와 미얀마, 이란, 벨로루시, 짐바브웨 등과 함께,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뤄져야 할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지목했다. <에이피통신>은 이를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연설에 견주었다. 그러나 ‘악의 축’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위험국가’를 지칭한 것인 데 비해, ‘폭정의 전초기지’란 표현은 ‘민주주의 확산’이란 부시 행정부의 기조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라이스의 언급은 일반론적 차원이며 특별히 북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라이스 발언에 대한 반응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뉴욕 주재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2월2일)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시 대통령 역시 북한에 대해 비슷한 표현을 쓴다면, 6자 회담 재개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등 다른 현안들=라이스는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시한은 정하고 싶지 않다”며 부시 대통령의 ‘임무 완수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 상황 악화에 대한 질문에 “상황은 항상 좋아졌다 나빠졌다 한다”며 “그러나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전략적 결정은 옳았다”고 이라크 침공을 옹호했다. 그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게 국민을 속인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언제나 진실에 대한 존중을 결코 잃지 않았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라이스는 러시아에 대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 집중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선 “민주적으로 뽑혔지만 반자유주의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 “폭정의 전초기지”발언 의미 부시 ‘악의 축’ 발언 연상
“독재국가 일반지칭” 해석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8일 북한과 이란 등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라고 지칭하며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이 발언이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 이란, 이라크 3개국을 ‘악의 축’으로 표현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악의 축’과 ‘폭정의 전초기지’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곳은 이란과 북한이다. ‘악의 축’ 발언 뒤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으며, 이번 ‘폭정의 전초기지’ 비판은, 부시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무력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겠다고 밝히고 미 특수요원들이 이란에 잠입해 비밀 첩보수집 활동을 벌여왔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에 나온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그러나 라이스가 사용한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용어가 ‘악의 축’과 같이 새로 등장한 단어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악의 축’은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백악관의 연설문 실무 담당자 마이클 거슨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연설문을 참고로 ‘증오의 축’이란 용어를 수정해 만들어낸 말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은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1990년대부터 쿠바나 유고슬라비아 등 독재 국가들을 그렇게 지칭하면서 언론에 등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라이스의 발언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확산시키는 것은 미국의 변함없는 외교안보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으며 특별한 의미를 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폭정의 전초기지’에서 미국에 적대적인 시리아가 빠진 것과 인권침해가 심각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제외된 점이 눈에 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박민희 기자, 연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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