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마을이 영어마을 원조예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한국 정부나 기업이 ‘십일조’를 했으면 정말 좋겠어요. 전국 각지의 영어마을에 쏟아 붓고 있는 돈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투자할 수 없나요?” 14일부터 고려대에서 열리는 ‘해외에서 한국 교육과 한국학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말 입국한 로스폴 킹(44·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한국학과.사진 오른쪽) 교수를 13일 저녁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한국인보다 한국어 더 사랑하는 사람“영어마을에 쏟는 돈 10%만이라도 한국어마을에 지원할 수 없나요” 킹 교수는 ‘한국인보다 한국어를 더 사랑하는 외국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국외에서 한국어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과서’를 냈으며, 요즘은 같은 대학 코뮤니케이션센터 학술부장인 한국인 아내(김효신)와 함께 ‘우리 옛날이야기 100가지’를 영어로 옮기고 있다. 그의 한국어 나아가 한국에 대한 사랑의 결정체는 미국 미네소타주 ‘콩고디아 언어마을’에 있는 ‘한국어 마을(일명 숲 속의 호수)’이다. 콩고디아 언어마을에는 독일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핀란드어 등 현재 세계 14개 언어마을이 있다. ‘숲 속의 호수’는 1999년 킹 교수가 혼자 힘으로 만들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처음 두해 동안에는 “매일 타이레놀을 입에 달고 다녔다”고 한다. 이곳의 운영 방식은 현재 한국에서 유행하는 영어마을의 원조다. 실제로 서울의 영어마을 등은 한국어 마을에서 많은 조언을 구했단다. 학생들이 들어오면 수업뿐만 아니라 놀이, 연극 등을 통해 하루 24시간 한국어를 접하게 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게 한다. 그래서 이 마을의 4주짜리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미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정식 학점으로 인정해준다. 올해 한국어 마을은 8월1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학점 인정 프로그램에 25명을 비롯해 1주, 2주짜리 코스 등에 모두 95명 안팎의 학생들이 등록을 마쳤다.
킹 교수는 대학교 강의보다 한국어 마을 촌장 노릇이 훨씬 더 보람있단다. “왜냐고요? 솔직히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학점만 따려고 설렁설렁 공부하는 데 비해서 한국어 마을에 들어온 청소년들은 한국말을 배우려고 똘망똘망하거든요. 한번 들어오면 절반 이상이 다음해에 또 입촌합니다.” 이 마을을 거쳐 간 외국인들 가운데 몇 명은 현재 한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매년 여름을 통째로 이 곳에 투자하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손해도 많다고 엄살이다. “부교수가 된 지 7년이 넘어 승진해야 하는데 승진에 필요한 ‘두꺼운 책’을 낼 기회가 없어요.” 그러나 그가 진짜로 서운한 것은 경제 강국이 된 한국이 여전히 한국어 교육 지원에 인색한 점이다. 국제교류재단에서 6천 달러를 지원받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프리만재단보다 훨씬 적은 액수다. “보쉬(BOSH)가 독일어 마을에 지원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해요. 한국의 세계적인 기업들은 뭐하나 싶어서 말이죠.” 따라서 다른 언어 마을과 달리 한국어 마을은 아직 ‘우리 건물’이 없어 남의 것을 빌려 쓰고 있다. 뿐만 아니다. 25명에 이르는 선생님들에게 노력의 대가는커녕 여비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싼 것을 구해도 왕복 비행기값이 140만원이 넘는데 4 주 일하고 700달러(70만원) 받아요. 일종의 사명감이 없으면 일을 못하죠.” 지난 2000년부터 애를 낳았을 때를 빼고는 매년 한국어 마을의 선생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영미(31·한국외국어대 외국어연수평가원 한국어과 강사 사진 왼쪽)씨의 말이다. 저녁을 마친 두 사람은 지하철 포스터 등 한국어 마을을 꾸밀 물건들을 ‘얻으러’ 발걸음을 총총히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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