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일 낮 1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2시) 워싱턴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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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이 열린 20일 워싱턴 시내는 "4년 더"를 외치는 지지자들의 구호와 다른 한쪽에서는 '전범 부시' 등의 피켓을 들고 성조기를 불태운 반대자들의 시위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9.11 테러의 여파로 경찰과 군인등 1만여명이 동원된 사상 유례없는 철통 보안속에 열린 취임 행사는 당초 예상했던 50만명 보다 훨씬 적은 10만여명이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데 그쳤다. 의사당에서 백악관에 이르는 컨스티튜션~펜실베이니아가 2.7마일 구간으로 통하는 길목에는 밤사이 2.5m 높이의 철조망 펜스가 설치돼 사람들이 보안 검색을 통과하기 위해 한참 동안을 줄지어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도로변 공원에는 4만명이 앉을 수 있는 임시 스탠드가 설치되는 바람에사람이 들어 설 공간 자체가 크게 줄어들었다. 퍼레이드 중심가로 통하는 길목에 배치된 진압 경찰들은 테러 대비 보다는 취임행사를 훼손하려는 '부시 반대자들'의 혹시 모를 우발 상황을 저지하는데 열중했다. 상당수의 부시 반대자들은 펜스 안쪽으로는 아예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반부시', '반전'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몰두 했으며 진압 경찰이 이동하는 발걸음에 맞춰 허밍으로 행진가를 부르며 야유하기도 했다.
TV 매체들은 부시 대통령이 퍼레이드 관람석까지 이동하는 동안 간간이 반부시시위자들과의 인터뷰 장면을 내보냈다. 이들은 주로 젊은 반전주의자들이나 빈부 격차와 일자리 감소에 실망한 근로자들이었다. 반부시 단체들은 종이로 만든 관을 들고 시위하기, '부시에 등돌리기' 등 각종이색 시위를 준비했으나 조직화되지 못한 탓인지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백악관으로 통하는 13번가 도로에서 복면 차림의 한 20대 청년은 성조기를 불태우고 복면을 내려 재빨리 구호를 외친 뒤 다시 복면을 덮어 쓰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시위자 5명을 체포했다. 워싱턴 중심에서 반경 50마일 구간까지 비행금지이 설정된 가운데 공중에서 감시 정찰에 나선 헬기, 비행금지구역에 진입하는 항공기를 격추하기 위해 배치된 스팅어 대공 미사일 등은 4천만 달러를 들인 호화 취임 축제 분위기를 경직시키는데한몫했다. 그러나 수많은 미국인들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든 아니면 반대하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이른 아침 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 든 점은 외국의 보도진들의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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