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부서 최소 41명 사망
저운임 항공기 발생 공통점
휴가철 지구촌 곳곳에서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승객과 승무원 100명을 태운 페루 국영 탄스항공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23일 오후(현지시각) 페루 북동부 밀림지역에 추락해 최소한 41명이 숨졌다고 현지 경찰과 언론이 밝혔다. 항공사 대변인은 “승무원 2명 등 56명이 구조됐지만, 밤이 된데다 기상 악화로 구조작업을 잠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 공항을 5㎞ 앞두고 악천후를 만나 밀림에 불시착을 시도한 것 같다고 현지 관리들은 설명했다. 탄스항공은 2003년 1월에도 착륙 도중 북쪽 밀림에 추락해 46명이 숨지는 사고를 낸 전력이 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 여객기가 운항한 지 22년이나 된 구형이라는 점을 들어 악천후 외에 기체결함 및 정비불량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여객기 추락사고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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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희생자를 낸 여객기 추락 사고만 이달 들어 벌써 네번째다. 지난 16일 콜롬비아 여객기가 베네수엘라 산악지대에, 14일에는 키프로스 여객기가 그리스 북동부에 추락해 탑승객이 모두 숨졌다. 앞서 6일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섬 앞바다에 소형 여객기가 불시착해 13명이 숨졌다. 지난 2일 309명을 태운 프랑스 여객기가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 착륙하다 활주로를 벗어나 담벼락을 들이받고 전소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항공기 사고로 한달에 340여명이 숨진 것은 2002년 5월(433명 사망) 이후 최대 희생이다. 제네바의 항공기사고기록사무소(ACRO)는 올 들어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18건의 항공기 사고로 828명이 희생됐다며, 150건의 사고로 760명이 희생된 지난해 전체 피해를 이미 넘어섰다는 통계를 24일 발표했다. 특히 최근 사고는 항공 안전도가 뒤떨어지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안전 기준이 미흡한 것으로 분류한 26개 회원국 대부분이 아프리카, 중남미, 카리브해, 옛 소련 국가들이다. 실제 선진국의 인명피해 항공사고는 2001년 11월 미국 아메리칸에어라인 여객기 추락(265명 사망) 이후 뜸한 상태다. 사고 항공사들이 저가 운임 정책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2000년 설립된 콜롬비아웨스트캐리비언항공은 사고 3개월 전 조종사들의 훈련 부족 등 14건의 규정 위반으로 벌금을 물었고 적자 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프로스의 헬리오스항공 조종사들은 사고가 난 뒤 “(회사의) 경비 절감 때문에 정비가 부실해 불안하다”며 취항을 거부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통계적으로 저가 항공사의 사고율이 높다는 건 아직 증명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이들이 빠르고 싸게 가길 원하는 추세가 항공 시스템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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