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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24 18:35 수정 : 2005.08.24 18:45

팻 로버트슨 “비밀요원 동원해야” 방송중 주장 미국 정부 “행동 부적절” 베네수엘라 “법적 대응”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세력인 기독교 우파의 대표적 인사가, 미국에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기독교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팻 로버트슨(75·오른쪽 사진)은 22일 <크리스천 브로드캐스팅 네트워크>의 프로그램 ‘700 클럽’을 진행하면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베네수엘라가 공산주의와 이슬람 극단주의를 위한 교두보 노릇을 하는 등 “끔찍한 위험”이라며 “우리는 차베스 대통령을 제거할 능력이 있으며 그런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강력한 독재자를 제거하기 위해 또 다시 2천억달러짜리 전쟁을 할 필요는 없다”며 “몇몇 비밀 요원들에게 그런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로버트슨은 지난해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한 기독교계 보수파의 대표적 인사다. <아에프페> 통신은 그가 백악관과 수시로 접촉할 수 있는 창구를 가진 몇몇 교계 인사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월에는 ‘한국은 미국이 건설한 나라’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198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나서기도 했던 그가 매일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100만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슨의 이날 발언은 미국 보수진영의 정서를 일정 부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선출된 차베스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을 ‘제국주의’ ‘세계 평화의 파괴자, 가장 큰 위협’ 등의 용어를 동원히 강력히 비난해 왔다. 또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쿠바, 이란 등과의 교류를 강화하면서 미국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어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2002년 실패로 끝난 쿠데타의 배후로 미국을 의심해 왔으며,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2월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로버트슨의 발언이 알려지자 “테러리스트 같은 발언”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호세 빈센테 랑헬 부통령은 “테러리즘에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그 심장부에서 테러리스트 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은 엄청난 위선”이라며 가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주재 베네수엘라 대사 알프레드 토로 하디는 “기독교 우파는 미국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이라며 “기독교 보수세력의 좌장격인 로버트슨이 차베스 대통령의 암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은 극히 심각하고 우려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로버트슨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진화에 나섰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정부에 대해 적대적 조처를 취할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근거 없으며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의 견해는 로버트슨과 다르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우리 부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그동안 제 3세계의 정치 지도자 암살 의혹을 여러차례 받아왔다. 실제 1970년대 미국 상원에서는 콩고, 도미니카 공화국, 남베트남, 쿠바, 칠레 등에서 일어난 정치지도자 암살 사건에 미국 정부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직접 조사했으며,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이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정치지도자 암살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미국 정부는 1986년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을 암살할 목적으로 공습을 감행하는 등 제 3세계 정치지도자에 대한 암살 시도를 그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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