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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5 17:07 수정 : 2019.06.25 20:36

멕시코 군인이 24일 국경도시 후아레스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로 가려는 과테말라 출신 모자를 붙잡아두고 있다. 후아레스/AP 연합뉴스

20대 여성·젖먹이 등 어린이 3명
단속 피해 폭염 속 강건너 걷다가
탈수·열사병 추정 숨진 채로 발견
밀입국 인도 소녀도 사막서 사망

미, 불법 이주자 체포 늘어나면서
억류시설 부족…부모-아이 또 분리
비누·치약도 없이 한달 넘게 구금

멕시코 군인이 24일 국경도시 후아레스에서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 텍사스주 엘파소로 가려는 과테말라 출신 모자를 붙잡아두고 있다. 후아레스/AP 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인 리오그란데강 인근에서 24일 더위에 지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과 젖먹이 등 영유아 3명의 주검이 발견됐다. 엄마를 따라 미국에 밀입국한 6살짜리 인도 소녀가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다 탈진 사망한 지 2주 만에 일어난 비극이다. 멕시코 정부가 ‘관세 부과’를 앞세운 미국 정부에 협조해 불법 이주자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국경 통과가 어려워진 이주자들이 비교적 감시가 느슨하지만 험준한 지역을 골라 이동하면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이달고 카운티 경찰국은 이날 저녁 리오그란데 계곡에서 국경순찰대가 주검 4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여성은 아이들의 어머니로 보이지만 정확한 관계는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조사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들이 강을 건너서 걷다가 탈수와 열사병으로 숨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주검들이 발견된 곳은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불법 월경자의 40% 이상이 체포되는 지역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은 리오그란데 계곡 쪽에서 이달 초 단 사흘 만에 4100명이 넘게 체포됐다고 밝혔다. 최근 텍사스주 남부 일대에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데다 리오그란데강 수위까지 올라가 이주자들의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강화된 단속을 피하려고 험준한 지형 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어린이들의 희생이 잇따른다. 이달고 카운티의 한 보안관은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성인이나 10대 사망자를 발견하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젖먹이 아이 주검까지 본 건 처음이라 우리도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달 12일엔 박해를 피해 6년 전 먼저 미국으로 건너온 아버지를 만나려고 밀입국한 6살짜리 인도 소녀가 애리조나주 루크빌의 사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지역은 불법 이민자들도 잘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험한 곳이다. 소녀 일행은 밀입국 브로커가 11일 새벽 자신들을 국경 인근 고속도로에 떨궈놓고 떠난 뒤 걸어서 이동하던 중이었다. 42도까지 치솟은 기온에 엄마가 물을 구하러 간 사이 소녀는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린이들은 단속 강화로 부모와 격리된 채 한 달 가까이 구금되는 열악한 상황으로도 내몰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텍사스주 엘파소 카운티 클린트에 위치한 국경순찰대 구치소를 방문한 변호사들 말을 인용해, 최근까지 350명 넘는 어린이와 젖먹이들이 이곳에 갇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아동학대라는 비난 여론 속에 불법 이주자 가족의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 수용하는 가족 분리 정책이 중단됐지만, 최근 억류 시설이 포화에 이르자 다시금 일부 어린이들을 별도 시설에서 수용했다는 것이다.

보도를 보면, 수백명의 아동들에겐 비누와 치약, 칫솔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국경을 넘은 뒤 한 달 가까이 옷을 갈아입지 못한 아이들 몸에서 악취가 진동했고, 8살짜리가 기저귀도 차지 못한 채 방치된 아기들을 돌봐야 할 정도였다.

거센 비난에 국경순찰대는 일부를 난민 재정착 사무소가 운영하는 보호시설과 엘파소의 임시 천막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억류 시설 대다수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까닭에 천막 시설의 형편이 어떤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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