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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10 17:47 수정 : 2019.09.10 20: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허리케인 도리안의 초기 예측 이동 경로가 담긴 지도를 펼쳐놓고 ‘앨라배마주가 도리안의 영향권에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가 포함된 이동 경로만 유독 손으로 그린 검은 선으로 표시돼 있어, 지도 조작 논란이 일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앨라배마주 허리케인 도리안 영향권 아냐”
버밍햄기상국, 트럼프 주장 반박 문제 삼아

‘부인 입장문 안 내면 해고’ 압박해 관철 폭로
과학계선 ‘정치적 외압에 굴복했다’ 부글부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허리케인 도리안의 초기 예측 이동 경로가 담긴 지도를 펼쳐놓고 ‘앨라배마주가 도리안의 영향권에 있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앨라배마주가 포함된 이동 경로만 유독 손으로 그린 검은 선으로 표시돼 있어, 지도 조작 논란이 일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하는 기상 정보를 바로잡을 것을 압박하며 미국해양대기청 고위 간부에게 해고 협박까지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앨라배마주가 허리케인 도리안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억지’ 주장을 무마하기 위해 검은색 마커로 도리안의 이동 경로를 추가로 그려 넣었다는 ‘샤피게이트’ 논란에 이어 ‘외압’ 행사 의혹으로 논란이 번지는 모양새다.

로스 장관은 지난 6일 닐 제이컵스 미국해양대기청 청장 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된 미국기상국의 주장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익명의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뉴욕 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앨라배마주가 예상했던 것보다 허리케인 도리안에 크게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미국기상국 앨라배마주 버밍햄지부(버밍햄기상국)는 ‘앨라배마주는 도리안의 영향권에 있지 않다’며 반박하는 정보를 트위터 등에 게재했는데,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문을 내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이컵스 대행이 이를 거부하자, 로스 장관은 제이컵스 대행 등 미국해양대기청의 몇 안 되는 고위 정무직 관료들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덧붙였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이 ‘앨라바매주가 허리케인 도리안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반박한 미국기상국의 발표 내용을 바로잡을 것을 압박하며 지난 6일 미국해양대기청 고위 간부에게 해고 협박까지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미국해양대기청은 상무부 소속이며, 미국기상국은 미국해양대기청 소속 기관 중 하나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하며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변했음에도, 도리어 지도 조작 논란으로까지 비화되자 로스 장관이 사태 무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겁박이 먹힌 것인지 미국해양대기청은 이날 오후 “(버밍햄기상국의 발표는) 당시 나와 있던 최상의 예측 결과치로부터 나온 확률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에는 이례적으로 발표 주체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런 ‘자기 부정적’ 입장문 발표에 미국해양대기청 내부는 물론 과학계 일각에서도 과학적 중립성을 잃고 정치적 외압에 무릎을 꿇었다는 비판으로 들끓었다. 이에 상무부 감찰관실이 입장문 발표 과정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페기 구스타프슨 감찰관은 “미국기상국은 과학적 진실이라는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미국기상국의 일 처리와 과학적 독립성, 그리고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정확하고 시의적절하게 기상 경보 및 정보를 전할 수 있는지 여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 장관은 이날 상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로스 장관은 허리케인 도리안 관련 예측과 공개 입장문 발표 문제를 놓고 미국해양대기청 간부 누구에 대해서도 해고 협박을 한 적이 없다”며 외압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다만 로스 장관이 제이컵스 대행과 통화를 했는지 여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상반되는 입장문에 반박할 것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선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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