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3 20:34
수정 : 2019.11.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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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장이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사주간지<타임> 표지. <타임>지 쪽은 미나 장이 표지를 장식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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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처 부처장 지명된 한인 2세 미나 장
하버드대 7주 수료 뒤 ‘졸업’ 학력 기재
‘40개국서 구호 활동’ 경력도 확인 안돼
“타임 표지 장식” 주장…타임지 “그런 적 없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 검증 시스템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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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장이 위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시사주간지<타임> 표지. <타임>지 쪽은 미나 장이 표지를 장식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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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국제원조기구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에 지명해 화제를 모았던 재미동포 출신 미나 장(32)씨가 학력과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장씨는 자신을 하버드대 졸업 뒤 전세계 험지에서 식량 구호 활동 등을 펼치는 비영리단체의 대표로 소개하며 시사 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고 홍보했지만, 전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어떻게 이런 인물이 미 행정부 고위직에 기용됐는지 의문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허술한 인사 검증 문제를 비판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은 12일(현지시각) ”미나 장 국무부 분쟁·안정화국 부차관보가 본인 학력을 부풀리고 이전 봉사 경력도 과장했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씨는 국무부 자기소개서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과 미국 육군대학원 졸업생이라고 기재했지만, 2016년 7주 코스를 수료했을 뿐 학위를 받은 적이 없을뿐더러 국가안보 관련 4일짜리 세미나에 참석했을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과 미얀마, 아이티, 케냐 등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원조, 개발 지원정책 연구 등을 하는 ‘링킹 더 월드’라는 이름의 비영리단체 대표를 맡아 식량 구호 활동을 펼치는 한편 의료 지원을 통해 수천명을 도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엔비시> 방송이 이 단체의 2014~2015년 국세청 납세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링킹 더 월드’의 한 해 예산은 고작 30만달러(3억5000만원)에 불과하며, 해외에서 1만달러가 넘는 예산을 쓴 내역이 없는데다 국외 체류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방송은 ‘링킹 더 월드’가 주도적으로 벌였다는 국외 구호 활동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타임>지 표지를 위조한 의혹도 제기됐다. 장씨는 2017년 무인비행기(드론)를 활용해 재난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벌인 공로를 인정받아 이 잡지 표지에 자신의 얼굴이 실렸다고 밝히며, 그 사진을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직접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타임>지 쪽은 <엔비시> 방송에 미나 장이 등장한 표지는 진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장씨는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난 재미동포 2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장씨를 미국의 국제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 부처장에 직접 지목해 화제를 모았다. 미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는 매년 국무부와 함께 400억달러(약 46조7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무르는 핵심 부처로 꼽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장씨의 지명을 철회해 의문을 낳았다. <엔비시> 방송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장씨의 비영리단체 활동 경력을 증명할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경력 부풀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며 지명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송은 장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부풀리려고 유명인사들과의 사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팔로어가 4만2000명에 이르는 장씨의 인스타그램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칼 로브 전 백악관 고문 등 워싱턴 정가의 유력 인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제임스 프피너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미나 장의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가 행정부 요직에 앉힐 인사 검증을 얼마나 느슨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이전 정부는 정해진 원칙대로 신원조회를 실시한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구두 약속으로 철저한 심사를 대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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