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9 17:51
수정 : 2019.12.2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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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 배틀크리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하원의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황당하다는 듯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배틀크리크/AP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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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반대와 트럼프 지지율 늘어
탄핵 효과 연쇄반응, 대선영향 촉각
클린턴 탄핵 실패 뒤 공화당은 역풍
민주당, 대선 때 효과 볼 것이라 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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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주 배틀크리크에서 열린 선거 유세 도중 하원의 탄핵 가결 소식을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황당하다는 듯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 배틀크리크/AP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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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숫자가 이미 정해진 주사위가 던져졌다. 문제는 주사위의 숫자가 1년 뒤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빚어내느냐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에 대한 하원의 탄핵 가결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반대로 1월부터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소추 심판은 부결이 확실시된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하원에서 탄핵안이 넘어오면 “신속하게 궁극적으로 부결시킬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이탈 조짐이 없다.
관심은 탄핵 과정과 부결될 게 뻔한 결과가 내년부터 본격화될 미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로 모아진다. 최근 여론조사와 주요 언론의 진단은 민주당에 당장 유리하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이 비슷하고, 특히 의회 투표가 가까워질수록 탄핵 찬성은 줄고 반대가 늘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지 못하는 탄핵 절차는 되레 공화당과 열성 트럼프 지지층을 결속시킬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8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10월 탄핵 조사가 시작되던 때의 39%에서 45%로 크게 올랐다. 트럼프 탄핵과 대통령직 박탈에 대한 찬성 여론은 52%에서 46%로 줄었다. 같은 날 발표된 <월스트리트 저널>과 <엔비시>(NBC) 방송의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과 반대는 각각 48%로 동률이었다. 이 조사에서 지난 10월에는 찬성 49%, 반대 46%였다.
실패한 탄핵은 역풍을 부른다. 1998년 민주당 소속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다음 총선 때 공화당의 의석 상실이라는 ‘역설’을 낳았다. 당시 공화당에서 탄핵을 주도했던 제임스 로건은 2000년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애덤 시프 후보에게 패했다. 애덤 시프는 현재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을 주도한 정보위원장이다.
하지만 대선이 1년이나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탄핵이 어떤 연쇄반응을 일으킬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공화당 쪽 선거 전략가인 톰 데이비스도 “민주당은 대응해야만 했다”며 “민주당이 대응하지 않았다면 더 큰 위기에 봉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몇몇 선거구에서는 이번 탄핵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낙진이 광범위하게 번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한다.
성공 가능성이 없는데도 민주당이 탄핵을 강행하는 것은 지지층에 대한 정치적 정당성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 지지층에서 반탄핵 열기는 대선이 임박한 내년 11월쯤에는 사그라지는 반면, 민주당은 탄핵 정당성을 고리로 지지층이 더 결집될 것으로 믿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결국 탄핵이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느 쪽의 지지층을 더 결집시킬지, 또한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가 관건인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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