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2.22 13:58
수정 : 2017.02.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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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 기자회견을 열어서 북한 국적 주요 용의자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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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쿠알라룸푸르에서 김정남 피살 사건 기자회견을 열어서 북한 국적 주요 용의자들의 신원을 공개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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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으로 인해 북한과 동남아시아 국가 사이의 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살해의 주요 용의자 다수가 북한 국적이라고 밝힌 데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한-말레이시아 관계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범행에 가담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여성 등도 북한 공작에 의한 것이 확인된다면, 이들 국가와의 관계는 물론 동남아에서의 북한 활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가장 우호적 관계를 맺어 북한과 비자면제 협정을 맺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에 팜유 등을 수출하고 북한은 말레이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는 등 경제적 교류도 많다. 그러나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의 조사를 부정하면서 “말레이시아 정부가 우리를 속이려 한다”고까지 비난하자, 말레이시아는 평양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한 데 이어 나집 라작 총리가 21일 “북한 대사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무례하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1일 사설에서 “북한의 안하무인격 행보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타이 일간지 <방콕포스트>도 이날 사설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다시 한번 동남아에서 긴장과 분노를 유발했다”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이 북한 살인범들이 자행한 야만적 범죄의 뒤처리를 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 “북한에 동남아는 핵무기 개발에 따른 제재를 피하는 장소로 이용되어왔다”고 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친포해운’은 북한 무기 프로그램에 이용될 수 있는 물자를 수송해준 혐의로 싱가포르 법원에서 18만싱가포르달러(약 1억5천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캄보디아 정부는 앙코르와트 옆에 있는 박물관인 ‘앙코르 파노라마’ 건설을 북한 예술가 단체인 만수대창작사에 맡겼다. 시아누크 캄보디아 국왕은 생전에 김일성 북한 주석과 돈독한 관계였으며, 북한 출신 경호원을 고용한 적도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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