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9 14:06
수정 : 2018.05.29 20:43
“너무 많은 돈 들지만 수익성 낮다”
발등의 불인 ‘재정건전화’ 위한 조처로 해석
한-중-일 등 수주 경쟁국은 ‘닭 쫓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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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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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재정 건전화를 위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잇는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사업 계획 중단 계획을 밝히며 “이것은 최종적인 결정이다. 우리는 필요 없는 사업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고속철 사업에는 큰돈이 들지만 우리는 1센트도 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2016년부터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잇는 350㎞ 길이의 고속철도 건설 계획(총 사업비 600억링깃·약 16조2000억원)을 추진해 왔다. 2026년 12월 이 사업이 종료되면, 쿠알라룸프르와 싱가포르가 단 90분 만에 연결될 예정이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를 시작해 그동안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일본·중국·유럽 업체들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여왔다.
이 사업은 싱가포르(싱가포르 구간은 15㎞)와 공동으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말레이시아는 적잖은 위약금을 물게 될 전망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사업 중단으로 인한 위약금 규모가 “대략 5억링깃(약 135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막대한 분식이 공개된 말레이시아의 국가 부채 감축을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총선에서 61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낸 마하티르 정권은 23일 전임 라집 나작 정권이 1조873억링깃(약 293조원)에 이르는 국가 부채를 6868억링깃이라고 속여 왔다고 폭로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번 고속철도 사업 철수와 함께 중국이 총사업비(550억링깃·약 14조8천억원)의 85%를 융자해줘 추진 중인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총선 기간 동안 2015년 4월 도입된 6% 재화용역세(소비세) 폐지, 고속도로 무료화, 연료 보조금 부활 등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공약을 쏟아낸 바 있다. 특히 전체 세입의 20%에 달하는 주요 세원인 재화용역세를 없애면 재정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속철 사업 중단으로 건설 경기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싱가포르와의 교류 감소로 말레이시아 경제가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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