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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9 16:47 수정 : 2018.05.29 20:45

가짜 뉴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의 한 부분. 인도 <더 뉴스 미니트>가 제작했다. 더 뉴스 미니트 누리집 갈무리

한 달 새 최소 4명 ‘어린이 유괴 조직’으로 오해받아 숨져
2억명 이용하는 왓츠앱…주요 정당 메시지 전달 통로 되면서
선동·왜곡된 주장 확산에도 미온적 대처 비판 나와

가짜 뉴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의 한 부분. 인도 <더 뉴스 미니트>가 제작했다. 더 뉴스 미니트 누리집 갈무리
인도에서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퍼져나간 ‘가짜 소문’ 때문에 집단 폭행사건이 잇따르고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28일 <시엔엔>(CNN) 방송을 보면 26일 밤 11시께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 챈드라양구타 지역에서 엉뚱한 시민이 어린이 유괴조직으로 오해받고 폭행당해 52살 여성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구걸하던 트랜스젠더 여성 4명에게 시민 20여명이 몰려와 이름과 출신을 묻더니 순식간에 집기를 던지며 폭행하기 시작했고, 시민 200여명이 주변을 둘러싸고 공격을 부추겼다고 한다. 경찰이 피해자를 보호하려 하자 성난 시민들은 “납치범을 돕고 있다”며 경찰차 2대를 부쉈다. 경찰은 이들 중 2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 경찰이 발표한 가짜 뉴스를 경계하라는 내용의 공지. 하이데라바드경찰청 트위터 갈무리
사건의 발단은 에스엔에스 왓츠앱이다. 2주 전부터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선 어린이 유괴조직이 활개를 치고 있다는 가짜 소문이 돌았다. ‘납치범들’이란 제목의 동영상도 공유됐다. 잔혹하게 숨진 어린이의 사진을 보자 지역 주민의 공포심이 증폭됐다. 근거 없이 조작된 내용이었다. 납치된 어린이라며 공유된 사진은 미얀마 라카인주 로힝야족 난민과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인도 전역에서 한 달 새 비슷한 사건 최소 4건이 발생했다. 지난 25일 하이데라바드 파하디샤리프에선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한 남성이 마약을 유통하는 파르디 폭력 조직 일원이라는 소문에 휩싸여 막대기와 파이프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지난 9일엔 남부 타밀나두주 풀리캇에서 인신매매범으로 오해를 산 남성이 군중에게 폭행당한 뒤 다리에 매달려 숨진 사건이 발생했고, 10일엔 가족 여행 중 티루반나말라이 인근에서 어린이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던 63살 여성이 유괴범으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안자니 쿠마르 하이데라바드 경찰청장은 “의도적으로 공포심을 주기 위해 거짓 메시지가 유포되고 있다”며 “루머와 자극적 동영상을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또 ‘#하이데라바드 킬스 루머스’(Hyderabad kills rumors)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에스엔에스상에서 가짜 소문을 없애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2억명 이상의 인도인이 사용하는 왓츠앱은 가짜 뉴스와 루머를 유통하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선동적이고 왜곡된 주장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사실처럼 전달되지만 출처 확인이 어려워 수사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여당 인민당에서 왓츠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회·종교·정치적 활동을 벌이면서 사용자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인도 정부가 왓츠앱을 통한 가짜 뉴스 확산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도 주요 정당이 2만개 이상의 왓츠앱 그룹을 이용해, 단 몇 분 만에 150만명 이상의 충성 지지층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고 힌두교 민족주의자와 이슬람교 등 소수 민족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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