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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09 18:27 수정 : 2005.03.09 18:27

중국이 자체 기술로 건설한 저장성 친산 원자력발전소 2단계 건설공정 가운데 제1호기(60만㎾, 경수로방식)의 공사현장.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 자료사진.


미·프·러, 기술-경험-우의 삼각대결

세계최대 원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원전메이저 국가들이 자신들의 제3세대 최신 경수로원전 설계를 앞세워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싼먼·양장에 2기씩 11조원 규모
“낙찰땐 향후 시장도 차지” 사활

지난달 28일 공개입찰을 마감한 저장성 싼먼과 광둥성 양장에 각각 2기씩 모두 4기의 100만㎾급 원전 건설프로젝트를 낙찰 받기 위해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과 프랑스 프라마톰 컨소시엄, 그리고 러시아의 아톰스트로이엑스포르트(원자력건설수출회사) 등 3개 입찰자들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활발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총공사비 800억위안(97억달러, 약 11조2000억원)의 이 대형 프로젝트는 2007년 공사를 시작해 2012년 상업용 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치열한 수주전=가장 눈길을 끄는 입찰자는 중국시장 첫 진출을 노리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이다. 최신형 경수로원전인 AP1000 모델을 입찰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9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PR)로부터 민감한 기술인 원전설계 수출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달 미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원전건설을 위한 50억달러 차관 제공 예비승인을 받아냈다. 지금까지 미 수출입은행의 17억달러 규모가 최대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어느 정도 역점을 두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방중한 딕 체니 부통령은 직접 웨스팅하우스를 언급하며 중국에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원전설계의 대중 수출을 위해 2003년 9월 원전 수출에 필요한 정부간 작업에 관해 중국과 합의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핵비확산을 목적으로 한 수출감독기구인 원자력공급국그룹(NSG)에 중국이 가입토록 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왔다.

그러나 AP1000 모델이 기술적으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건설된 적이 없는 모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공경험이 많은 일본의 미쓰비시, 벡텔, 한국의 두산중공업 등을 컨소시엄에 끌어들였다. 이와 관련해 나카가와 쇼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이달 초 중국 정부에 편지를 보내 원전장비와 기술의 대중 수출을 보장하고 국제협력은행의 차관을 보장한다며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의 낙찰을 위한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국영 원전건설회사인 아레바(66%)와 독일의 지멘스(34%)가 참여한 프라마톰 컨소시엄은 광둥성 다야완원전 2기와 링아오원전 2기를 수주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시장에 대한 기득권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10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방중 때 원전관련기업을 포함해 50여명의 기업가들을 대동했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원전을 포함한 전력회사간 협력을 확인했다. 프라마톰이 내세운 EPR 모델은 현재 핀란드에서 건설 중이며 2009년 상업운전이 예정된 모델이다.

반면, 중-러간 긴밀한 에너지 협력관계를 강점으로 내세운 러시아의 아톰스트로이엑스포르트(원자력건설수출)는 장수성 톈완에서 올해 완공할 예정인 VVER-1000 모델의 개량형을 앞세워 도전하고 있다. 전세계에서 26기가 가동 중인 VVER-1000 모델은 중국에 2기, 인도에 2기, 이란에 1개 등 5기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으며, 톈완 원전과의 차이는 가용년수를 60년으로 늘린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전 자급을 노리는 중국 =중국 당국은 오는 11월까지 최종낙찰자를 확정할 예정이며, 기술수준과 가격, 국내자급율, 기술이전 등이 우선적 선정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방식은 외국 공급업자가 건설한 뒤 관리를 넘겨주는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베이스) 방식이다.

중, 독자기술 확보가 최종 목표

이들 원전 메이저들이 제3세대 원전의 경연장이 된 이번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이들 원전이 앞으로 매년 2기씩 추가 건설될 중국내 원전의 표준형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핵공업집단공사(CNNC) 관계자는 “아직 얼마나 많은 외국기업의 신형 제3세대 원전을 건설하고, 중국 자체적으로 개량한 구형 원전을 건설할지는 결정 안된 상황”이라면서도 “신기술 원전은 새로운 원전단지에 건설될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세계최대 원전국가를 자향하는 중국은 독자적 원전기술 확보를 최종 목표로 기술이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 우라늄 공급과 연료 생산의 자급율 극대화를 목표로 외국의 최신형 원전을 도입하는 것과 별도로 저장성 친산 원전단지를 중심으로 자체기술로 별도의 원전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파키스탄 등에서 원전건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전 입찰에 나섰던 한국수력원자력의 한국표준형원전 개량형인 APR1400이 일찌감치 배제된 것도 원천기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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