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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3 18:04 수정 : 2005.04.13 18:04

중국의 반일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중국 베이징 일본대사관 앞에 배치된 한 중국 공안이 다가오지 말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중 전역 반일시위 확산-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맞불
주일 중 영사관엔 탄약통·협박편지 배달
‘5.4’까지 시위 이어질듯…미 “폭력 유감”

오는 17일로 예정된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 외무상의 방중에 맞춰 이번 주말에 홍콩을 포함한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어서 두 나라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번 중-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역사 공동연구을 제안하는 한편, 동중국해 가스전 사업 재개로 중국 압박에 나서는 등 강온 양면전략 구사에 나섰다.

이와 함께 중국 네티즌들은 5·4운동 기념일에도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및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로 벌어진 중국 내 반일운동은 다음달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중국 반일시위 전국화=이번 주말에는 이미 반일시위가 벌어진 베이징, 광저우, 선전, 선양, 청두 이외에 상하이와 홍콩, 난징 등 아직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지 않았던 대도시가 합세할 예정이다.

이번 반일시위를 주도해온 중국 민간 댜오위다오 수호연합회 퉁쩡 회장은 “이번 주말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반일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홈페이지( www.cfdd.org.cn )에서는 16일 오전 9시 베이징 천안문 인민영웅기념비 앞과 상하이 와이탄 인민영웅기념비, 톈진 인허광장 등 세 곳에서 동시에 항일시위를 벌인다고 예고하고 있다. 17일엔 베이징, 홍콩, 청두, 광저우 등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홍콩에 본부가 있는 ‘2차대전 역사 지킴이 연석회의’ 허쥔런 주석은 13일 “홍콩에서도 17일 대규모 반일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동방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반일시위 확산에 따라 일본 제품이 중국 대도시 상가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일본 드라마도 추방당하고 있다. 홍콩 텔레비전은 다음달 1일 종영하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일본 드라마를 내보낼 예정이었으나 시청자들의 항의로 방영을 포기하고 대신 한국 드라마 <허준>을 방영하기로 했다고 홍콩 <성보>가 13일 보도했다.

◇ 일본, 강온 양면전략=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중-일 외무장관 회담 때 두 나라 간 대립을 푸는 방법으로 한-일 역사공동연구처럼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양국 역사 공동연구를 중국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그는 이날 중의원 테러방지특위에서 “(중국 쪽이) 합의한다면 유력한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양국 정상회담도 타진할 방침이다.

일본은 그러나 외무장관 회담에서 반일시위에 대한 중국의 사과를 거듭 요구하고, 중국의 애국주의 교육을 문제삼는 등 공세도 편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와 함께 13일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에 맞서 이 일대 ‘일본쪽 수역’의 가스전 시굴권을 민간업체에 부여하는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시굴권 설정은 중국 압박용인데다 석달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본 쪽이 실제 시굴을 강행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지난 11일 일본 오사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탄약통과 함께 재일 중국인들을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내용의 메모가 든 우편물이 배달되는 등 일본 우익의 협박도 잇따르고 있다.

◇ 미국은 유감 표명=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각) 중국의 반일 시위에 대해 “중국은 베이징의 외국 공관에 대한 폭력을 방지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우처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과 중국에서 일어나는 반일 분위기에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위가 폭력화하고 통제되지 못한 점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편 마크 맬럭 브라운 유엔 사무총장 비서실장은 13일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일 갈등이 유엔 개혁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하는) 독일, 일본, 인도는 지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


“한·중 인민 단결해 일 군국주의 막자”

퉁쩡 댜오위다오 수호연합회장

퉁쩡(49) 중국 민간 댜오위다오 수호연합회 회장은 12일 오후 4시 베이징 시청취 푸와이다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중국의 반일시위는 과거 침략의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에 의해 촉발된 중국 인민의 자발적인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대 법학석사 출신으로 지난 1992년부터 일제 침략에 대한 배상운동을 벌이고 있는 퉁 회장은 “일본이 과거사를 철저히 반성하지 않고 청산하지 않는다면 반일시위는 언제라도 다시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퉁 회장은 일부 시위자들의 폭력행위로 일본 공관의 기물이 파손된 것과 관련해서는 <남경대학살 사진증거>라는 사진첩을 보여주며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남아 있는 학살 사실을 부인하고 침략을 왜곡하는 것이야말로 더욱 심각한 폭력”이라며 “시위대는 전체적으로 이성과 질서를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제 침략시기 피해자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를 가리키며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생산해낸 장본인이 유엔 안보리 같은 중요한 국제무대에서 ‘대국’ 대접을 받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제 침략의 공동 역사를 지닌 한국과 중국의 인민이 단결해 이번 기회에 일본의 군국주의와 극우화에 강력한 제동을 걸자”고 말했다.

글·사진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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