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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일시위…‘상하이가 움직였다’ |
"제2의 5.4운동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16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일시위에 참가한 한 중국 대학생은 이번 시위의 의미를 역사적 맥락에서 찾았다.
86년전 일본제국주의에 반대해 일어난 5.4운동이 오늘날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입증하듯 인산인해를 이룬 이날 시위대는 `일본제국주의 타도'와 `일본인 물러나라'는 구호를 계속 외쳐댔다. 그러면서 `과거 치욕스런 역사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고 `일본제품 불매'를 실천강령으로 제시했다. 이날 시위는 `상하이가 움직였다'는 데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했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핵심으로 그동안 격동기마다 큰 물줄기를 바꾸는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1960-70년대 문화혁명이 태동한 것도 상하이였다. 또 86년전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자는 학생운동도 베이징을 거쳐 상하이에서 절정을 드러냈다. 5.4운동의 흐름이 결국 공산중국을 잉태한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역사가 말해주는 대목이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태당시 전국이 동요했을 때에도 상하이는 침묵을 지켰다. 그 결과 상하이를 근거로 한 장쩌민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다.
또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문 당시에도 중국의 권력은상하이를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상하이가 흔들리면 중국이 동요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말해준 대목이었다.
그런 상하이에서 대규모 시위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리고 그 시위양상이 어느 지역보다 과격하고 적극적이었다는 것은 이번 반일시위 사태가 간단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임을 말해준다.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중국민들의 반감이 얼마나 깊고 광범위한 것인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것이고, 일본이 계속 현재의 자세를 고수할 경우 중국은 언제든 행동으로 응징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상하이의 시위사태를 정점으로 향후 반일 시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4일, 5.4운동 기념일을 맞아 반일시위는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본의 우경화를 경계하는 중국정부의 전략은 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우위에 서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점도 상하이 시위사태에서 우회적으로 읽을 수 있다.
상하이 시위대가 일본총영사관을 향해 돌을 던질 때 바로 코앞에서 이를 방치했던 공안의 태도는 중국 정부의 `지침'이 없이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하이 시위사태를 고비로 반일시위는 새로운 양상으로 비화되고, 이는 곧 중국과 일본의 새로운 외교전이 전개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현지 외교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하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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