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중, 대일외교 ‘냉정과 열정사이’ |
최근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와 일본 정부의 우익 역사 교과서 검정 통과, 영토 관련 망언 등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대일 감정이 최악 상태다.
시위 무풍지대이던 중국에서도 연 3주째 주말 반일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지난 주말엔 상하이에서 10만여명의 인파가 시위에 참가해 폭력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조차 예상밖의 대규모 시위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 도처에서 충돌하고 있다. 러시아의 송유관, 중동 석유 개발, 말래카해협 석유 수송로, 인도·싱가포르와 군사협력 등 곳곳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을 등에 업은 일본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문제까지 건드렸다. 베이징에서 만난 일본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분열’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자료를 쌓아왔다. 통일된 중국보다 분열된 중국이 일본에 더 이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나 대만 독립 세력인 리덩후이 등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사들을 음으로 양으로 지원해온 데도 이런 배경이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중국은 여섯 덩어리로 쪼개질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과 중국이 수교국가라는 게 어찌 보면 신기할 정도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국교가 유지되고 있는 건 중국과 일본이 지극히 냉철하게 실리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선전과 광저우에서 반일시위가 터져나온 이달 첫 주말의 다음날인 4일 보시라이 중국 상무부 부장은 중국을 방문한 일본 국제무역촉진협회 인사들과 만나 “중국은 일본과 경제무역 분야의 협력 강화를 원한다”며 “제조업, 기초설비, 환경, 자원 개발, 서비스업 등 두 나라 지금까지 협력해온 광범위한 기초 위에서 윈-윈 관계의 협력을 지속하자”고 강조했다. 2주째 시위가 벌어진 다음날인 11일 웨이젠궈 중국 상무부 부부장은 베이징에서 열린 제7차 중국 국제 첨단기술 협력회에서 “일본 기업의 투자는 최근의 반일시위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강조한 뒤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은 상호 보완성을 지니고 있어 중국 시장경제의 발전에 따라 한걸음 더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관료들의 이런 발언은 ‘정·경 분리’ 원칙에 따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발언이다.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반일시위도 필요하지만, 일본으로부터 경제 무역 방면에서 협력을 얻어내야 할 건 냉정하게 얻어내자는 중국식 실리주의 외교가 여기서도 철두철미 관철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독도문제,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와 잇단 망언으로 온나라가 크게 격분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국도 사태를 냉철하게 보고 준비된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중국의 행보를 배울 필요가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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