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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8 18:26 수정 : 2005.04.18 18:26


22일 아시아·아프리카 협력회의때 성사 ‘여운’

정상회담으로 ‘관계봉합’ 할까?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중국의 대규모 반일시위로 급속히 나빠진 중-일 관계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졌다.

지난 17일 저녁 3시간에 걸쳐 베이징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설전을 벌였던 두 나라는 18일에도 공방전을 이어갔다.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지금의 중-일 관계에 대해 “1972년 수교 이래 가장 심각한 곤란에 직면해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경색된 관계를 풀기 위한 다각적인 접촉도 계속하고 있다.

우 부부장은 반일시위와 관련해 “원인은 역사 문제에 있는 만큼 일본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이날 거듭 주장했다고 <교도통신>이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은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전 외교부장)과 만나, 다시 한번 반일시위로 인한 일본 대사관 및 기업 공격 행위 등에 대한 사죄와 손해 배상,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호소다 히로유키 일본 관방장관은 도쿄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기본적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해 사과 및 배상을 재차 요구할 생각임을 내비쳤다.

한달 전부터 예고된 마치무라 외상의 이번 중국 방문은 경색된 중-일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게 목적이었으나, 애초 의도와는 달리 3주에 걸친 중국 내 반일시위로 인한 일본 공관과 상점의 기물 파손에 대해 사과와 배상 요구라는 ‘껄끄러운 화제’를 다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주목되는 것은 마치무라 외상이 “일본은 근대 역사상 중국을 침략해 중국 인민에게 큰 상처와 손해를 조성한 데 대해 아프게 생각하며 재차 심각한 반성과 사과를 표한다”고 발언했다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 내용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의 발언은 과거 침략에 대해 재차 사과하는 것으로,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를 피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시아·아프리카회의(반둥회의) 50돌 기념 정상회의 때의 두 나라 정상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18일 열린 마치무라 외상과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베이징 회동에서도 두 사람은 외무장관 회담에서 거론됐던 ‘공동작업계획’ 등 관계 회복을 위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나라는 합의안이 도출되면 이를 양국 정상회담에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동중국해 유전과 가스전 개발 분쟁 △일본의 역사 왜곡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 △일본의 대중국 정부차관 종료 △일본 정치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이해관계가 정면 충돌하는 사안이 곳곳에 있어 경색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중·일 두 나라가 파국을 피하고 어떤 식으로든 타개책을 찾으려 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일 모두 두 나라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닫는 데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상하이의 대규모 반일시위는 일본에도 타격을 안겨주었지만, 중국으로서도 반일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돌변하는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베이징 관측통들은 아직은 통제 아래 있지만, 시위가 통제 수준을 벗어나면 예측불허의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외신종합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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