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대만과 단교·내정간섭 중지” 전제 교황 베네딕토 16세 시대 개막과 함께 54년째 중단돼 있는 중국과 바티칸 교황청의 외교관계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천르쥔 가톨릭 홍콩교구 주교는 “최근 바티칸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할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천 주교는 또 “머잖아 바티칸과 중국의 ‘험악한’ 관계는 개선될 것이며, 새로 선출된 교황은 곧 중국에 반가운 소식을 전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문회보>가 이날 보도했다. 장신잉 중국사회과학원 종교연구소 부소장도 20일 “바티칸의 고위층에서 최근 ‘중국 주재 대사관을 (대만에서) 베이징으로 옮길 가능성’에 대해 거듭 언급해왔다”며 “요한 바오로 2세 선종 얼마 전 벨기에 추기경이 대륙을 방문해 후이량위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는 바티칸과 중국 사이에 이미 수교를 둘러싼 물밑 교섭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천르쥔 주교는 그러나 “걸림돌은 중국 대륙 내 주교 선임권”이라고 지적했다고 홍콩 <대공보>가 21일 전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종교적 유대가 중국 인민의 단결을 해칠 수 없다”며 바티칸 교황청의 중국 대륙 내 주교 선임권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로마 교황청과 중국은 서로 외교관계를 다시 맺을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의 수교는 바티칸엔 가톨릭 인구를 대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는 것이고, 중국엔 대만을 세계 무대에서 더욱 고립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중국은 바티칸의 대만 단교, 종교를 내세운 중국 내정 간섭 금지 등을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0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보내는 축하메시지에서 이 두가지 조건을 다시 강조했다. 1951년 바티칸과 외교관계를 중단한 중국은 현재 천주교도들이 바티칸 교황을 최고 종교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요한 바오로 2세가 숨졌을 때도 국내 천주교도들의 추도 의식을 일체 금지했다. 현재 바티칸이 추정하는 중국 내 가톨릭 신자 수는 800여만명이다. 중국과 바티칸은 2000년 교황청이 종교 박해로 숨진 중국인 순교자 120명에게 ‘성인’ 서품을 내릴 때에도 대립한 적이 있다. 당시 교황청이 서품을 내린 날이 10월1일이었는데, 이날이 공교롭게도 중국의 국경절인 ‘신중국 성립 51돌’인 날이었던 것이다. 중국이 이에 대해 바티칸의 의도적인 처사라며 발끈하자 교황청은 천 주교를 통해 장쩌민 당시 주석에게 ‘양해를 구함’이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내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대만은 천수이볜 총통이 지난 8일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한 바오르 2세 장례식에 참가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둔 데 자신감을 갖고 중-바티칸 수교를 좌절시키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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