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론 절반밖에 못 반영” 지적도 롄잔 대만 국민당 주석이 8일간의 대륙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3일 타이베이로 돌아갔다. 롄 주석은 대륙 방문기간 동안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과 공식 회담을 열어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는 등 ‘제3차 국공합작’이라 불릴만한 성과를 냈다. 롄 주석의 대륙행은 강경 대치로 치닫던 양안(대륙-대만)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를 마련했으며 양안 사이 교류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대륙에 ‘대만의 민주 바람’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가 대만의 ‘절반’밖에 대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 경색국면 돌파구 마련=롄 주석은 3일 상하이에서 타이베이로 떠나면서 후-롄 회담의 합의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국·공 두 당이 국민당 중앙과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을 창구로 지속적인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창구는 린펑정 국민당 비서장과 천윈린 중공 중앙 대만판공실 주임을 책임자로 이미 시동을 걸었으며, 우선 △평화발전 포럼과 △경제무역과 문화 포럼 등 두 개의 포럼을 만들기로 했다고 홍콩 <대공보>가 이날 보도했다. 롄 주석은 또 “국·공 두 당은 양안의 적대상태를 마무리하고 ‘평화협정’ 서명을 촉구하기로 합의했으며, 대만 당국이 양안 회담을 통해 이를 실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천수이볜 총통을 겨냥했다. 롄 주석은 또 “국민당이 제안한 ‘양안 공동시장’ 문제에 대해 후 총서기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대만은 ‘공동시장’ 추진으로 제2차 경제기적을 맞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륙에 ‘대만 바람’ 영향=롄 주석과 쑹추위 친민당 주석 등 대만 정치인의 잇단 대륙 방문으로 대륙에도 ‘대만의 민주 바람’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홍콩 <아주시보>가 3일 보도했다. 보도는 “롄 주석의 대륙 방문 기간 동안 그가 가는 곳마다 환영인파가 몰려들어 그의 몸짓과 말에 귀를 기울였으며, ‘민주 체제’에서 길러진 정치인의 풍격이 이들에 영향을 끼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롄 주석은 난징 중산릉(쑨원 묘소) 참배 때는 유명한 392계단을 오르며 환영 인파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말을 건네는 등 딱딱한 중국공산당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는 것이다. <아주시보>는 “대만 정치인은 대륙과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민족이라는 점에서 서방 정치인과 비교할 수 없이 큰 영향을 대륙에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대만 반쪽과의 대화=롄 주석의 대륙행은 그러나 “대만 여론의 절반밖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1989년 천안문사태 학생운동 지도자인 왕단은 지난달 30일 로스앤젤레스 화교 문교 제2 복무 중심에서 열린 포럼에서 “롄 주석은 후 총서기와 만났을 때 중국 정치 민주화에 관해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실망을 표시했다. 정치학자 왕쥔타오도 이날 “대만은 다원화된 사회로 각종 관점과 의견이 함께 존재함에도 롄잔은 대륙 방문 기간 동안 대만 민중 가운데 절반의 목소리만을 반영했다”고 비판했다. 대륙 공산당은 국민당에 경제무역 교류 확대라는 ‘실리’를 안겨줌으로써 양안 사이 대립 국면을 깨쳐갈 돌파구는 마련했지만, 60년 갈등의 골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당국자 사이의 본격적인 회담을 생략할 수 없다. 후 총서기가 둔 회심의 한 수를 두고 천 총통은 장고에 들어갔지만, 대세는 당국자 회담을 외면할 수 없는 형세로 가고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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